2023 법무사 2월호

실효성없는부동산가압류, 종용했던이유 이후 한동안 김구택 씨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자주 문의 전화를 할 법한데도 이상하게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내가 김구택 씨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나…?’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청구소송 답변서를 보고, 필 자는 사건이 끝났다고 보고 세세하게 법리 검토를 하 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신용보증기금이 보조참가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김구택 씨 가 이런 상황에 대한 필자의 설명이 부족했다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만이 이유라기에는 뭔가 찜찜했다. 변 론기일 이후 2번이나 다시 찾아와 2건의 가압류 신청을 추가로 위임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찜찜한기분을떨치기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흘러 김구택 씨가 갑자기 사 무실에 나타났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의 사건 관 련 자료를 전부 달라는 것이었다. 김구택 씨가 털어놓 은 저간의 사정을 들어보니 필자는 왜 김구택 씨의 연 락이 끊어졌던 것인지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보증금반환소송의 변론기일이 한참 지연되다가 마침내 지정되어 출석했어요. 그런데 법원에서 배당이 의의 소 결과에 따라 못 돌려받은 보증금의 액수가 달 라지니 그 소송의 결과를 보고 진행해야 할 것 같다면 서 변론기일을 한참 후로 지정하더라고요. 그러는 사이 팔순이 넘은 아버지가 소송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걱정이 많이 되셨는지 당신 인맥을 총동원해서 경매와 소송에 대해 알아보시고는 그때부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일일이 참견 과 간섭을 하시는데,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듭니다.” 김구택 씨는 아버지뿐 아니라 이전에 도움을 받 았던 지인들까지 각자 저마다의 충고와 조언을 하며, 이래서는 안 된다, 저래서는 안 된다, 말들을 해서 이제 는 뭐가 뭔지 머릿속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울 지경이라 고 했다. “처음에는 저를 걱정해주고 나서서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무척 고마웠고, 안심도 되었던 것이 사실입 니다. 그런데 모두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다 보 니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혼란만 오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필자가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했던 부동산 가압류 도 아버지가 하도 옆에서 종용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라고 했다. 자식 된 입장에서 고령의 아버지 말씀을 차 마거역할수가없었다는것이다. “그럼,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지 금 자료를 전부 달라는 것도 아버지의 뜻인 겁니까?” 김구택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와 주변 분들이 소송을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도 야단들이시니 제가 견딜 수가 없습 니다. 그래서 자료를 모두 건네드리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할 작정이에요.” 김구택 씨는 자포자기했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필자도 당사자가 자기 사건의 자료를 달 라고 하는 것이니 별달리 할 말도 없었다. “자료는 전부 법원에 제출하였으니 기록 열람을 하시면 됩니다. 제가 특별하게 드릴 자료는 없어요.” 김구택 씨는 잘 알았다고 했다. 꼭 자료를 받기 위 해 찾아왔다기보다는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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