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2월호

충분히이중적일수있는존재 “법무사님, 사건이 해결되었으니 부동산 가압류 와 배당금에 걸어놨던 가압류를 풀어주세요.” 몇 달 후, 김구택 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가압류를 모두 취하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문제가 잘 해결된 것 이냐고 물으니, 해결되었다기보다는 이렇게라도 끝나 서 다행이라고 했다. 배당금은 김구택 씨가 받아서 신용보증기금과 반 반으로 분배하기로 했고, 배당금으로도 충당이 안 되 는 보증금 중 미지급액은 임대인이 분할해서 주기로 했는데, 실제로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집 주인에게 배당된 금액 전부를 받고 싶었던 김구택 씨 로서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였을 것이다. 필자는 김구택 씨의 요청대로 가압류를 전부 취 하했다. 이렇게 사건을 끝내고 보니, 보증금을 다 반환 하지 못한 임대인이 배당이의의 소에서 쉽게 마음을 바꿔 분쟁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고, 조금은 쉽게 접 근했던 필자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는 필자도 사람 말을 쉽게 믿는 초보 법무 사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사건의 배당기일에 배당표 변경에 동의하거나 배당이의의 소에서 김구택 씨의 주 장을 전부 인정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김구택 씨의 임대인과 같이, 보증금 반환소송에서는 배당이의의 소에서 김구택 씨가 승소 할 것이니 그 금액은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배당이의의 소에서는 배당이 정당하니 자신이 배당금 을 받겠다고 주장하며 말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는 것 을, 그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자신의 이익 앞에서 인간은 충분히 이중적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아직 순진한(?) 초 보 법무사였던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원고가 소 를 취하하겠다는 말을 믿고, 소장을 받고도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가 판결 문을 받고서야 아차 싶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래도 판결 확정 전에 오는 경우는 항소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만, 판결이 확정된 후 찾아와 어떻게 하냐고호소하는경우는참으로난감할수밖에없다. 이 사건은 김구택 씨에게나 필자에게나 큰 교훈 을 준 사건이었다. 김구택 씨에게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 지인 들의 조언에 기대어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 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필자에게는 이익 이 대립하는 당사자 간 분쟁인 소송에서 상대방의 선 의를 무작정 믿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 을…. 그당시는필자도사람말을쉽게믿는 초보법무사였다. 보통의사람이라면 배당표변경에동의하거나김구택씨주장을 인정하거나둘중하나를선택했을것이나, 간혹김구택씨의임대인과같이이중적으로 말을바꾸는사람도있다는것을, 그때는미처생각지못했다. ┃ 법으로본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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