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2월호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의 유명한 그림, 「나르키소스(Narcissus)」는 그러한 장면을 담고 있다. 요정 에코의 사랑을 거절해 마침내 그녀를 상심 끝에 죽게 한 나 르키소스에 대한 그리스 신화를 그린 작품인데, 복수의 여 신 네메시스는 나르키소스로 하여금 호수에 비친 자기 모 습을 사랑하게 만듦으로써 그를 처벌한다. 결국 그는 자신 을 찬미하면서 호수에 빠져 죽는다. 이 신화는 이러한 종류의 자기애는 저주이며, 그 극단 적인 형태는 결국 자기 파멸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르시시즘에 갇혀있는 자가 이처럼 불행한 것은, 자 기 이외의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없고, 타자와의 소통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이렇게 나르시시스트들은 온갖 자기 만족의 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은 사소한 말을 하고서도 마치 자신이 매 우 중요한 말을 한 것처럼 느낀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관심도 없다. 그 대신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무척 민 감하다. 나르시시즘이 위험한 것은 그 폐해가 개인에게서 그 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력자가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면 사회 전체가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된다. 권력자는 어떠한 비 판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우월성을 과신한 나머지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역사상 많은 독재자의 내면에는 이 같은 나르시시즘 이 자리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 나르시 시즘이 집단적 형태를 띠게 될 때 폭력 과 파괴라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치즘의 광기에서 목격했듯이 집단적 나르시시즘은 그 사회에서 이를 통제할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그 폭력 적 결과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자기만이 옳다고 착각하고 사람들 과 소통하지도 않으며 비판도 듣지 않 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이 같은 나르시 시즘의 결과이다. 이렇듯 자기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매달리는 것도,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에 사로잡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사랑은 자신을 향한 것이다. 나는누구를위해 살고있는가 그런데 막상 우리 앞에 놓인 현실 은 녹록지 않다. 자기 사랑이 좋은 것임 을 몰라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정신없 이 살아가다 보면 일상의 굴레에 갇히 게 되고, ‘나’를 잊게 되기 때문이다. 흔 히 중년 혹은 장년의 나이가 되어 자신 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 허망함을 느끼 게 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영화, 「리 스본행 야간열차」는 지루한 일상에서 일탈한 장년 남성의 자유로운 며칠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 고등학교 선생으로 평범하게 살던 57세 남성, 그레고리우 스는 우연히 길을 가다가 다리 위에서 자살하려던 한 여성을 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비에 젖은 붉은 코 트와 오래된 책 한 권, 15분 후 출발하는 나의가슴은너무오랫동안식어있지는않은지, 주어진환경에서벗어날수없다는이유로 어느덧습관처럼살아가는삶이되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오늘을사는중장년들에게 그레고리우스는묻고있다. 나는누구를위해살고있는가. 나를위해살고있다는대답을주저없이 할수있는사람만이자신을사랑하는 사람이다. ┃ 법으로본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