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2월호

이라는 개념으로 뒷받침된다. 자존심은 학술적으로 ‘정의된 자존감(selfesteem)’과는 달리 한국인들이 예전부터 사용해 온 문화적 개념이다. ‘자존심 상한다’는 말처럼 주로 자존 심에 손상을 입는 맥락에서 지각된다. 자존심이 상해 야 지각된다는 것은 본래 자존심은 상하지 않은 상태 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질, 능력, 사회경제적 지표와 관계없이 나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라는 생각은 불편함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상황이 조금만 나쁘거나 주위 사람들이 조금만 소홀한 것 같아도 응 당 내가 받아야 할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 부당하 다는 느낌을 받기가 쉬워지기 마련이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당함(억울함)은 한국인의 불편함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게 닥친 부당함을 빨 리 해결하여 당연히 누려야 할 편안함에 도달하겠다 는 의지야말로 프로불편러의 심리다. 프로불편러, 사회변화의원동력되기도 불편함은 내면의 안정이 깨어질 때 경험되는 감정 이다. 서 있는 바닥이 기울었거나 누워있는 바닥이 울 퉁불퉁할 때 불편을 느끼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에게 당연한 상식이나 신념에 도전을 받을 때 불편함을 느낀 다. 물론 그것은 일차적으로 개인(주관성)의 영역이다. 내가 불편하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을본인이개선하겠다는시도는당연하다. 관건은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타인에게 공감받으 려면, 그리고 타인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변화를 이루 어내려면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얼마나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는 데 있다. 세상은 나 만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 지나치게 주관적인, 다시 말해 자기중심적인 한국인들의 마음 습관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 러 가지 오해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필요한 갈등과 감정 소모를 막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 신의 경험을 객관화하는 습관이다. 나의 생각과 느낌 을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나를 완전히 맞출 필요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 해서라도 나의 생각이 사회와 상황, 다른 이들의 생각 등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아는 것은 중 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불편함의 토로는 변화의 요구로 이어진다. 사회적 합의 를 찾아가려는 노력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줄이려는 지혜가 뒷받침된다면, 프로불편러들의 불편은 사회를 변혁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져 왔던 수많은 잘 못된 관행들이 존재한다. 상사, 선배 등 손윗사람의 갑 질이나 능력보다 학연, 지연을 우선시하는 세태, 외모 나 성별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경향, 집단을 위해 구성 원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 등 한국이 더 나 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려면 부당함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토로하는 이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 런 면에서 도처에 프로불편러들이 상주하고 있는 한 국의 미래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늘 우리나라가 별로라고 불평했지만, 한국은 누구도 몰랐던 사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편한’ 나라가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 슬기로운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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