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2월호

르게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것들 이 불편해진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만 해도 사람 들은 공공장소, 대중교통을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웠지만, 지금은 그랬다간 당장 신고가 들어 간다. 불편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회 구성원 들 사이의 합의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불편함은 문 제 해결의 초석이 되어 다수의 편안함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나 혼자만 느끼는 불편함을 다른 이들에게까 지 강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수의 또 다른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사 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목적격없는한국어, 나를객관화하기어려워 한국문화의 어떤 점이 이런 사람들을 만들어내 는 것일까. 시대가 바뀐 것도 이유겠지만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편감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인들의 마음 습 관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심리학자로서 필자가 주목한 한국인 마음의 중요한 특징은 “주관성”이다. 주관성이란 객관성의 반 대말로 ‘내가 느끼고 받아들인 부분’을 의미한다. 개개 인의 경험과 동기 수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사람 들의 주의와 인지는 달라진다. 같은 시간에 같은 사건 을 경험한 사람들의 기억이 모두 같지 않은 이유가 이 주관성 때문이다. 경험에 있어서 이러한 주관성은 꼭 한국인들에게 만 나타나는 속성은 아니지만, 한국문화의 몇 가지 요 인 때문에 한국인들의 마음은 주관적인 특징이 두드 러진다. 첫째, 언어의 차이다. 비트겐슈타인이나 하이데 거 등 여러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언어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말 에는 목적격이 없다. 목적격이란 행위자를 객관적으로 표상하는 언어적 습관이다. 예를 들어, 친구네 집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면, “누구세요?”라는 질문이 날아온다. 그때 우리말로는 “나야.”라고 하지만 영어와 같이 목적격이 있는 언어로 는 “It’s me.”라고 대답한다. 이때 “me”는 “I”의 목적격 으로 행위자로서의 “I”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대상으로 존재하는 나를 나타낸다. 이러한 언어습관이 없는 한국어에서 ‘나’는 행위 자로서의 관점만을 갖는다. “내가 볼 때는~”으로 시작 하는 한국인들의 언어습관은 이러한 주관성을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사례다. 독자 여러분들도 경험이 있으시겠지만 ‘내가 볼 때’ 앞에서는 어떤 객관적 증거나 반론도 힘을 잃는 경 우가 많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데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보태겠는가. 한국 사람들의 관계에 오해와 서운 함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경험방식은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모든 것들을 불편하다고 인식하게 만들기 쉽다. 말 그대로 내가 더우니까 난방을 꺼달라고 하는 것이 고, 내가 추우니까 난방을 켜 달라고 하는 것이다. 다 른 사람들이 느끼는 바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불편함을 느끼기 쉬운 두 번째 이유 는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문화심리학에서 말하는 한국인 심리의 또 하나 의 특징은 나의 가치를 객관적인 기준보다 높이 평가 한다는 점이다. 아직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한국인들이 자신을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은 ‘자존심’ 자기중심적인한국인의마음습관은 한국사회에서일어나는여러가지오해와 갈등의원인이되기도한다. 그러나 불편함의토로는변화의요구로이어지기도 한다. 사회적합의를찾아가려는노력이 뒷받침된다면, 프로불편러들의불편은 사회를변혁하는원동력이될수있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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