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5월호

2023. 05 vol.671 서 패소했다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곤혹스러움과 당 혹스러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법무사님 소장을 참고해서 소멸시효 완성과 제 가 파산·면책을 받았다는 내용, 그리고 아내 몰래 아내 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우고 제가 서명·날인했다는 내용 을 넣어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대체 왜 패소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사장 씨는 법원이 변호사나 법무사가 아니라고 자신들을 무시한 것 같다며 항소를 하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일단 소송기록을 봐야 항소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으니 일단 소송기록을 모두 가져와 보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사장 씨가 엄청난 분량의 소송 기록을 가지고 왔다. 기록이 너무 많아 당장 답변은 어 렵겠다고 했더니 꼭 소송에서 이기고 싶다며 항소장 작성을 위임하고 갔다. 필자는 급한 용무를 끝내고 차분하게 책상에 앉 아 나사장 씨가 남기고 간 기록들을 검토해 보았다. 우선 소송진행 내역을 보니 변론기일을 2번 진행 한 후 원고승소 판결이 있었다. 이어 주부임 씨가 제출 한 답변서를 보니 자신이 얼마나 어렵게 생활하고 있 는지와 나사장에 대한 원망, 그리고 자신은 절대 연대 보증을 한 사실이 없고, 나사장이 파산·면책을 받았으 므로 채무를 변제할 필요가 없으며, 원고의 채무는 이 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답변서의 분량은 많았으나 안타깝게도 법률적으 로 의미 있는 주장은 찾을 수가 없었다. 재판부에서 변 론기일을 1회에 종결하지 않고 1회 더 지정한 이유는, 주부임 씨가 생활의 어려움을 간절하게 호소하므로 판 결 전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법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 의 준비서면을 제출하도록 배려해 준 것이 아닐까 판 단되었다. 그러나 이런 재판부의 의중을 알지 못했던 주부 임 씨가 답변서와 동일한 주장을 반복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바람에 결국 패소판결을 한 것 같았다. 복잡한 사실관계, 단순한 정리 밤늦도록 기록을 검토하던 필자의 눈에 원고가 깨알 같은 글씨로 작성한 대출약정서가 들어왔다. 이 약정서에는 연대보증인으로 주부임 씨의 이름이 서명 되어 있었고, 그 옆에 도장까지 날인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부임 씨가 자신은 서명·날인한 사실이 없 으며, 남편인 나사장 씨가 무단으로 서명·날인한 것이 라는 주장만으로 승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한편, 나사장 씨가 2009.10.27. 의정부지방법원에 파산·면책사건을 접수해 2011.3.14. 면책 결정을 받은 자료도 있었다. 채권자 목록에는 원고를 포함해 총 17 명의 채권자가 있었는데, 나사장 씨의 채무관계가 얼마 나 복잡했는지를 알 수 있다. 주부임 씨가 답변서에서 주채무자인 나사장 씨가 원고를 채권자로 포함해 파산·면책을 받았으므로, 자 신은 채무를 변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검토도 필요했다. 필자는 대출약정서 제8조의 내용을 눈여겨보았 는데, “본 대출은 기존 대출의 법적 성격에 관계없이 새로운 대출로서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므로, 본 대출 약정에 의한 원리금 납부일로부터 30일 이상 지연한 경우는 회사의 별도 통지 또는 최고가 없더라도 본 약 정 및 여신거래기본약관에 의하여 기한의 이익이 상실 ┃ 법으로 본 세상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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