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5월호

조르주 제르몽(바리톤)이 환락가 여인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하는 아리 아 「프로방스 내 고향으로」를 감명 깊게 들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단 두 곡의 아리아만 수록된, 소형 LP판의 추억 1950년대 말경, 서울에서 대학이라고 하는 곳에 다니고 있을 때, 지금은 없어진 화신백화점 에서 소형 LP판을 구입했다.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La Bohème)』의 남자 주인공 테너가 부른 아 리아 「그대의 찬 손」과 여자주인공 소프라노가 부른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 단 두 곡의 아리아 만이 수록된 판이었다. 「그대의 찬 손」은 1970년대 62세로 세상을 떠난, 세계적 테너 리처드 터커 (Richard Tucker)가 불렀다. 당시 내 자취방에는 일본가요를 좋아하는 대선배가 함께 기거했는데, 나는 선배가 없을 때마 다 일본가요를 듣기 위해 그가 소형 라디오와 같이 조립해 놓은 턴 테이블에 그 LP판을 올려놓고, 두 곡의 가사를 모두 외울 정도로 수없이 듣고 또 들었다(여담이지만 그 LP판은 고교동창생이 빌 려간 후 돌려받지 못했다). 변호사를 하고 있는 중학교 후배도 음악을 좋아해 어릴 적 그의 집에는 각종 명곡이 수록된 LP 레코드가 한 벽면에 가득 차 있었고, 오디오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었다. 어느 날 후배 집을 방 문했더니 한 곡 틀어드리겠다면서, 유명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벨리니의 오페라 『노 르마』 중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들려주었다. 후배가 음향기기를 잘 갖추고 있는 것도 부러웠 지만, 마리아 칼라스의 노랫소리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아들의 연인을 사랑한 왕의 탄식,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요사이는 음향기기 제작기술도 더욱 발전하여 아날로그식 음향기기가 디지털식 기기로 대체되고, 이제는 각종 음악공연뿐 아니라 오페라 공연까지도 집에서 편하게 디지털 영상 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레이저 디스크와 그 플레이어가 보급되었을 때, 필자도 베르디의 『돈 카를로(Don Carlo)』 공 연을 수록한 레이저 디스크를 구해 그 영상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아들의 약혼자와 혼인한 왕과 아들이 갈등하며 벌이는 비극적인 스토리로, 에스파냐의 국왕 필리포 2세의 왕비가 실은 왕자 ‘돈 카를로’의 약혼녀 ‘엘리자 베타’였다는 실제 사실에 기반해 만든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과 조연의 아리아도 좋았지만, 4막에서 왕이(베이스) 탄식하며 부르는 독백의 아리아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요사이는 CD(Compact Disk), DVD(Digital Video Disk) 및 그에 따른 플레이어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어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안방에서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감상할 수 있고, 구태여 값비싼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더라도 클래식 FM 음악방송을 골라 들으면 명곡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 방송에서는 듣고 싶은 아리아를 신청받아 틀어주기도 한다. 필자도 즐겨 듣는 앙브루와즈 토마의 오페라 『미뇽』에서 여자 주인공 미뇽(메조소프라노)이 부르는 「그대는 아는가, 저 남쪽 나라 를」이나, 프랑스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2막 중 데릴라(메조소프라노)가 삼 손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부르는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등을 신청해 듣기도 한다. 69 2023. 05 vol.671 ┃ 슬기로운 문화생활 문화路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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