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9월호

한국 사회에서 갑질이 결코 일부 대기업이나 부유층의 문제가 아니라,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는 문화적 행위 양식이라는 것이다. 나 또한 갑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때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 위에 섬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갑질은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사라질 것이다. 의 나라에서도 종종 발견되는 태도다. 그 나라들에도 나름 뿌리 깊은 귀족, 관료제도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떤 사람의 지위란 그 사람의 인품 과 능력, 그 지위를 가질 자격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 라서 지위가 높은 사람은 그에 걸맞은 권위를 갖게 되 고, 다른 이들은 그 권위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반대 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행위 양식은 상대방과 나의 지위 차이가 인식되는 순간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권위주의적 갑질 문화, 한국인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런 권위주의적 문화가 생겨난 것일 까. 일단 한국의 문화적 전통이 권위주의적 행위 양식 을 강화했을 터이다. 신분제와 장유유서 등의 유교적 질서, 그리고 일제강점기, 군부독재 등의 권위주의 시 대를 거치며 한국인들은 권위주의적 행위 양식을 내면 화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높은 자기가치감과 주체성 자 기의 우세로 대표되는 한국인들의 자기관 때문이다. 높은 자기가치감은 자신을 상대방보다 우월한 존재로 보게 만들고, 우세한 주체성 자기는 자신의 영향력을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미치게 한다. 결국 문화심리학의 관점에서 갑질은 한국의 문화 적 갈등해결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한국 사회 에서 갑질이 결코 일부 대기업이나 부유층의 문제가 아니라 갈등이 있는 곳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는 문화적 행위 양식이라는 뜻이다. 따라 서 우리가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할 사실은 나 또한 갑질 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갑질의 선행조건은 내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하든 자신은 그럴 권리가 있 고, 상대방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전제를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적용해 보자. 학부모는 교사보다 우월한가? 학부모는 교사에 게 어떤 행동도 할 수 있고, 교사는 그에 대해 어떤 문 제제기도 할 수 없는가? 상대방이 내가 월급 주는 직 원이라면 갑질이 가능한가?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학생 이라면? 마트의 주차 요원이라면? 조금만 생각해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이 다른 이보다 우월하다는, 다른 이들이 나보다 낮은 지위, 열 등(?)하다는 믿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을 우리는 초등학교 3학년이면 배운다. 이것이 현대 사회 의 상식이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이며, 우리 사회 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자 갑질을 당연시해 온 과거의 전통이나 갑질이 만 연화된 현실은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고 바꿔나가야 할 모습이지 아름답게 지켜나가야 할 대상이라 할 수 없 다. 여러 글에서 강조한 바대로 한국인들의 높은 자기 가치감과 주체성 자기는 우리 역사의 여러 측면에서 긍 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의 자기 인식은 필연적으로 자 기 객관화를 요구한다. 이제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때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지 않다. 나의 가치는 다른 사람 위에 섬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 다. 갑질은 그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사라 질 것이다.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5 2023. 09 vol.675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