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11월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를 더 이상 만질 수가 없다. 그래서 슬프다. 눈물이 난다. 죽음을 인식하고 슬퍼하는 것이 인간만은 아니겠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무엇이 있다. 그것은 죽음을 삶의 전 과정 속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기의 삶 전체를 조망하며 생 각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다. 죽음 을 이해하고 자기 삶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고. 인간은 자 기 삶 속에서 죽음이 무엇인가를 미리 생각하고 죽음을 맞을 수 있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해 왔던 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어 인간은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삶과 죽음 사이를 배회하게 된 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죽음 이후를 전혀 알지 못하는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갔다가 되돌아온 사람이 없기에 우리 는 죽음 이후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가 없다. 생(生)과 사(死)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기에 우리는 죽는 순간부터 죽음 에 대해 지각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인간에게 죽음은 영원한 미지의 영역이 고, 그래서 죽음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 릴 수가 없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어가고, 죽어가면서 사는 존재 그러다 보니 우리는 죽음의 한 면만 보며 생각하는 데 익숙해졌다. 죽음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절대 마주해서는 안 될 상대였다.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종말, 고 통, 불안, 공포 같은 것들이다. 죽음은 삶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막상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죽음은 삶과 같이 간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하고, 죽 어가면서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제인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기에 우리는 자신 의 삶을 그에 맞춰 채워나가는 것이고, 결국 죽음을 생각함 으로써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우리의 얘 기는 생각처럼 어둡고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죽음을 이야 기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죽음으로 슬픈 것은 사실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이다. 죽은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플 수가 없다. 죽은 사람에게 죽음은 더 이상 슬픔도 고통도,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를 떠나보낸 우리는 슬프다. 다시는 그를 볼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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