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월호

법무사님, 아무래도 아이들 외가 쪽은 어려울 것 같 고, 한국에 있는 친가 쪽 친척들로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 청해보면 어떨까요?” 갑작스러운 의뢰인의 요청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 혔다. 1995년 WTO 가입을 필두로 세계화가 우리 일상 에 스며들면서 ‘국제결혼(‘다문화 혼인’이라고도 한다)’이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 비율이 전체의 7.4%,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 비율이 2.5%로, 합치면 총 9.9%에 이른다. 그런 만큼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보유 비중도 늘어 나면서 상속등기 과정에서도 국제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사회적인 변화 를 감안해 본다면, 우리 법원이 의뢰인과 같이 외국인 배우자를 두었던 상속인들의 사정에 맞는 특별대리인 선임을 인정해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일단 신청서를 최대한 잘 써서 법원을 한번 설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그때는 저로서 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법원을 설득할 전략이 필요했다. 상속인과 피상속인 전원이 한국인이고, 특별 대리인도 위에서 말한 조건에 맞도록 선정하여 특별대 리인선임심판청구를 하는 경우라면, 상속이 발생한 객 관적인 상황만 청구이유에서 설명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의뢰인은 이해상반행위를 할 가능성 이 높은 아빠의 가족들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달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법원이 의뢰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세하게 상황설명을 해야 한다. 나는 신청서에 의뢰인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상세 하게 작성했다. “특별대리인은 인감을 날인한 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인감제도가 없는 중국인은 인감 대신 동의서에 공증을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지금 중국에 있는 망 자의 부모님은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젊은 딸을 잃은 슬픔에 그런 절차를 밟기 어려운 상황에 있어 한국에 있 는 가족들이 상속재산(부동산)을 알아서 처분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법원의 보정명령에도 끝까지 설득, 결국 성공해 인용 결정 그러나 법원에서는 야속하게도 보정명령을 내렸다. 그러고는 사무소로 직접 전화해 “상황은 이해가 되나 그 래도 아버지 쪽 가족들로 특별대리인 결정을 해주기는 어렵다”며, “중국에 있는 친척들로 특별대리인 선임이 어 렵다면, 전문가 특별대리인 선임을 요청해 보라”고 권유 했다. “전문가 특별대리인을 선임하게 된다면, 비용이 얼 마나 발생할까요?” 법원의 의견을 들은 의뢰인은 비용이 걱정되는지 선임비용부터 물었다. “전문가 특별대리인이 선임되면, 상속재산분할협의 도 그분이 해야 할 테니까 아무래도 비용이 발생할 겁니 다. 아이들이 3명이니까 비용도 3배로 들어갈 거고요.” 의뢰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실 아내가 오랜 기간 암 투병을 하다 사망했습니 다. 그래서 부동산은 있지만, 자금 형편이 좋지 않습니 다. 생각지도 않았던 세금도 많이 발생하게 생겼고요. 법 의뢰인은 중국에 있는 아이들 외가 쪽은 어려울 것 같고, 한국에 있는 친가 쪽 친척들로 특별대리인 선임을 신청해보자고 했다. 나는 국제결혼과 외국인의 한국 부동산 보유 비중도 늘어나는 사회적 변화를 감안해 우리 법원이 의뢰인과 같이 외국인 배우자를 두었던 상속인들의 사정에 맞는 특별대리인 선임을 인정해 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21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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