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월호

4. 한국 법제의 특수성으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 적절치 않다는 주장은 합당할까? 2023.2. 대정부 질의에서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 은 한국과 다른 나라의 유죄율 차이4, 그리고 한국의 성 폭력 관련 법제가 상세하고 촘촘하다는 측면에서 특수 성이 있어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 했다. 그러나 한국의 성폭력 관련 법제의 촘촘함은 사실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하는 강간을 기본 범죄유형으로 두다 보니 그 외의 모든 형태의 성폭력 행위들을 모두 별 도의 조문으로 마련해야 하는 한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성폭력 범죄 관련 조문이 많아 질 수밖에 없고, 개정 과정에서 체계적인 입법에 실패하 여 처벌의 공백이나 법정형의 불균형 등 많은 문제점이 초래되고 있으며, 성폭력 관련 법제의 체계적 정비에 대 한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를 기본 범죄유형으로 설정하는 성폭력 법체계를 정비 하는 것이 통일성 있고 체계적인 성폭력 범죄 대응에 도 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최근 판례가 폭행·협박의 판단기준을 변경하는 등 비동의 강 간 등에 대한 처벌 공백이 거의 없는 것이 한국의 상황 이라고 설명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사법부의 태도로 인해 법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에 따라 법원이 판 례를 변경하고는 있으나,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 분을 폭행·협박 판단기준의 해석만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 논의를 시작으로, 우리의 성폭 력 관련 법제 전체를 어떠한 방향으로 설계해야 할지를 논의하는 것이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더 필요한 일 일 것이다. 스웨덴도 강간죄 규정에서 지위 남용이나 피해자 의 무능력, 또는 의사능력의 제한, 약물 등으로 취약한 상태 등을 이용한 경우를 그 행위 수단으로 포섭하고 있다. 일본은 “동의하지 않은 의사”를 요건화함으로써 내 심의 의사를 동의의 법적 개념으로 두고 있으나, “동의하 지 않는 의사를 형성, 표명 또는 완수하기 곤란한 상태 가 되게 하거나 그 상태에 있는 것을 틈타”로 규정함으 로써 범죄자의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입법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스웨덴과 유사하게 강간죄 규정에 폭행 또는 협박, 심신장애, 약물, 수면, 기습적 상황, 심리적 강요, 학 대, 경제적 또는 사회적 지위 이용을 명시함으로써 비동 의 강간에 포함되는 행위 유형들을 열거하고 있으면서, 그와 유사한 행위 및 사유를 포섭하고 있다. 앞서 피해자의 내심 의사를 중심으로 범죄의 구성 요건을 마련했을 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주장으로 다 시 돌아가 보자. 비동의 강간죄를 규정한 해외 국가들의 입법에서 내심의 의사만을 비동의 요건으로 규정한 나 라가 없다는 사실은, 비동의 요건이 내심의 의사에 한정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비동의 강간죄를 일찍이 마련한 영국마저도 내심의 의사가 아닌 외부적이고 객관적인 상황과 조건을 종합 하여 동의 여부를 판단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 및 일본의 입법사례에서는 오히려 표현된 의사를 중심으로 동의 요건을 마련하되, 표현된 의사와 다른 내심의 비동의 의 사를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을 추가하는 방식 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내심의 의사를 비동의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한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WRITER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4 독 일 및 스웨덴의 범죄발생 건 대 유죄건수와 한국의 기소건 대 유죄 건을 비교하는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의 비교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약 20%대의 유죄율을 보이는 스웨덴이나 영국에 비 해 약 30% 정도의 유죄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높은 것은 사 실이다. 51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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