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2월호

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고 측이 취 득시효의 법리를 깨기 위해서는 자주점유의 추정을 반 박해야만 했으므로, 반복적으로 피고가 불법점유(적법 한 원인 없는 점유)를 하고 있다고 주장을 했으나, 원고 의 선조가 이 땅을 사정받았다는 것 외에 피고 및 그 이 전 소유자들에게 "소유 의사가 없음"을 주장하는 증거를 대지 못해 결국 원고 측의 무단점유 주장은 받아들여지 지 않았다. 사실 법리적으로 볼 때 2심까지 원고의 패배는 예 정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대체 왜 원고들은 이 소송을 제기한 것일까.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당시 원고 측이 제출한 서면을 읽어보니, 원고 측이 피고가 낙 찰받아 등기한 땅이 무효인 등기이므로 소유의사가 없 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던 것으로 보아, 패소를 감수한 채 일말의 가능성을 보고 소송을 했다기보다는 ‘등기추 정력’과 점유로 인해 발생하는 ‘자주점유추정’을 구분하 지 못해 진짜로 승소할 수 있다고 보고 소송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등기의 추정력과 “점유”로 인해 인정되는 자 주점유 추정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일제 강점기에 토지 사정을 받은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하여도, 그 이후 이루어진 매매 등은 그 나름의 적법한 효력이 있는 것이 다. 큰돈을 주고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의 "소유 의사"를 백여 년 전 토지 사정을 받은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이유로 부정해서야 되겠는가. 원고 측이 욕심에 눈이 멀 어 이 같은 기본적인 생각을 놓친 것은 아닐까 싶다. 상고심까지? 그러나 뻔한 패소, 3:0 완승의 기쁨 나는 의뢰인에게 2심 승소 소식을 전했다. “법무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일 잘하는 법무사님을 만나 햇수로 3년을 잘 보냈습니다. 한 달 아들 집에 갑니 다. 이제 마음이 편합니다.” 의뢰인이 보내온 카톡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원고 가 상고한다 한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은 매 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의뢰인은 이제야 마음을 놓고 아 들 집에 다녀온다고 했다. 원고는 당연한 듯 상고했다. 나로서는 처음 맞이하 는 상고심(3심)이라, 어떤 형식의 서면을 제출해야 하는 지 미리 검토해 두는 등 준비를 마쳤다. 처음 하는 업무 는 쉬운 것 같아도 막상 시작하려면 쉽지 않은 법이다. 상고심의 대부분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된 다. 원고가 상고한 것이 부당하니 대법원에서 판단할 것 도 없이 기각한다는 뜻이다. 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해 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에서 곧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3:0 완승의 순간이었다. 의뢰인에게 승전보를 전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뻤 다. 원고들의 황당한 소송에 대응해 의뢰인은 재산을 지 켰고, 나는 3:0 승리의 스코어를 이력으로 갖게 되었다. 한일합병이라는 우리 근대사의 아픔이 110여 년이 지난 현재의 시간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승소는 기 쁘지만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 사건이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5 2024. 02. February Vol.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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