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3월호

신 색감은 화가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유의 독창성을 잃지 않으려 는 노력의 결과다. 「삶의 기쁨」에 사용된 구도와 인물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세 속적인 쾌락(음악과 춤)’과 ‘사랑(연인)’을 모티브로 하여 그림을 그릴 때 자주 등장하던 요소들이다. 언뜻 보면 선배 화가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가 오버랩 되기도 하고, 자연 속 나신들은 세잔 의 「목욕하는 인물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 왼쪽 구석에 홀 로 서 있는 여인은 앵그르의 「샘」의 주인공과 비슷하다. 여기에 마티스는 사물의 묘사를 단순화하고, 따뜻한 프랑스 남부지방의 색을 담음으로써 그만의 새로운 낙원을 창조했다. 청 출어람이랄까? ‘야수파’라는 새로운 사조를 넘어 미술사에 새로 운 지평을 연 이 작품은 훗날 그려질 그의 작품들에 대한 전조다. 저 멀리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이들은 훗날 그의 대작 「춤」 에 그대로 인용된다. “마티스의 배 속에는 태양이 있다”라는 피카 소의 말 그대로 화면 전체를 원색들로 덮어버리는 대담한 방식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낙원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대비를 이루는 원색을 사용하여 그 원시성과 순수함, 더 나아가 화가가 느끼는 원초적 감정까지 나타낸 이 작품은 색채 사용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다. 이성적인 계산이 아닌 감각과 체험을 통해 색채를 자유로우면서도 조화롭게 사용하는 방식은 현대 추상회화의 거 장, ‘마크 로스코’에게까지 이어진다. 봄을 맞는 설렘을 담은 슈만의 교향곡 1번, 「삶의 기쁨」과 닮은꼴 밝고 생명력 가득한 낙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오, 방향을 바꾸어라. 걸음을 바꾸어라. 골짜기에 봄이 피어 나고 있다!” 낭만주의 시인, 아돌프 뵈트거의 「봄의 시」 중 마지막 구절이 다. 이 구절은 마티스보다 반세기 먼저 법학도에서 예술가로 진 로를 바꾼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의 교 향곡 1번 「봄」의 모티브가 되었다. 이성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의 대표주자인 슈만은 우여곡절 끝에 스승의 딸 클라라와 결혼하고, 그 1년 뒤인 1841년 첫 교향곡을 발표한다.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발표한 작품의 제목이 “봄”인 것은 우연이 아니리라. 자연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새로움을 맞이하며 설레 는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마티스의 「삶 의 기쁨」과 일맥상통한다. 생동하는 삶의 환희가 느껴지는 교향곡 1번은, 슈 만이 오랫동안 선배 작곡가의 교향곡을 연구하며 얻 은 결과다. 슈베르트의 유작, 교향곡 9번에서 영감을 얻은 슈만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가곡이나 피아노곡 을 벗어나 교향곡을 작곡할 용기를 얻는다. 「삶의 기 쁨」이 마티스에게 화가로서 새로운 전기의 시작이었 던 것처럼, 「봄」의 성공은 슈만에게 작곡가로서 한 단 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트럼펫이 연주하는 천사의 나팔소리로 시작하여 천천히 다가오는 봄에 대한 기쁨과 설렘의 표현은 듣 는 이의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면서 희망으로 가 득 채운다. 중간마다 잠시 나타나는 어두운 부분에 대 해 혹자는 슈만의 조울증에 대한 암시라고 주장하지 만, 그보다는 봄, 더 나아가 청춘의 변덕을 표현한 것 이 아닐까? 흔들리는 불완전함은 공감의 여지를 주며 작품 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삶의 기쁨」이 완벽한 묘사 와 균형보다는 형태의 생략을 통한 물과 같은 유려함 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한 것처럼 말이다. 봄은 세상 만물의 시작이다. 슈만과 마티스가 새 로운 시작을 알리며, 봄을 모티브로 차용하거나 연상 시키는 작품을 그린 것은 우연일까? 오랜 기다림 속에 생명들을 응축시켰다 일시에 피어내는 강력한 생명력 에 매료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 과정이 창작의 과 정과 비슷해서 매료된 것이 아닐까. 올해의 봄은 어떤 새로움을 우리에게 가지고 올까? WRITER 최희은 미술·음악 분야 작가 · 번역가 79 2024. 03. March Vol.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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