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4월호

유래한 말)을 펼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효과를 떠나서, 초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의 중요성과 그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함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임산 부(姙産婦)’라는 표현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임산부’는 ‘임부(妊婦)’와 ‘산부’를 합쳐 만든 말인 데, ‘임부’는 ‘아이를 밴 여자’, ‘산부(産婦)’는 ‘아기를 갓 낳은 여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산부’는 ‘산모(産母)’라고도 자주 부르듯이, 갓 출 산을 하고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거나 산후조리원, 병원 등에서 쉬어야 할 여성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이 지 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일은 생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임부’를 ‘임신부(姙娠婦)’라고도 부르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니라 기다리거나 기 대하고 있는(expecting) 여성은 ‘임부’이지, ‘산부’가 아 니다. 우리는 ‘임(신)부’라고 써야 할 많은 경우에 무심 코 ‘임산부’라는 조어를 잘못 사용하곤 한다. “임산부 속 태아의 (초음파) 검사” 등의 기사처럼 말이다. 우리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해야 할 대상은, 귀중한 생명을 배 속에 잉태하고 있는 ‘임(신) 부’가 아닐까? 물론, ‘산부’가 아이를 안고 전철이나 버 스를 탄다면, 모두가 일어나 그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 고, 그런 경우라면 비상사태이겠지만 말이다. ‘소위 말하는 = 말하는, 말하는’ 동어반복 “환구시보는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남태평양 도서 국 간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이 지역에 대한 미국, 호주, 일본 및 기타 국가의 관심과 소위 말하는 ‘우려’가 증가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14. 한 일간지의 기사 중 한 구절이다. 이 짧 은 한 구절에서도 잘못된 표현이 하나 발견된다. “소위 말하는”이라는 표현이다. 뉴스나 분석 기사 등에서 누군가의 의견을 전하거 나 각종 통계를 제시할 때, “소위 말하는~”이라고 지칭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소위(所謂)’는 ‘이른바’라는 뜻이다. 이를 풀어서 말하면 ‘(흔히들) 말하는’과 같은 말 이 된다. 즉, “소위 말하는~”이란 표현은 같은 말을 되풀 이하는 동어반복(同語反覆)인 셈이다. 띄어쓰기 자주 틀리는 ‘할지 말지’ & ‘한 지’ 필자가 좋아하는 유명한 철학자가 쓴 책에서도 (그것을) “할 지, 말 지”라고 적힌 구절을 보았다. 저자가 띄어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원고를 썼거나, 아니 면 편집자의 실수로 교정쇄가 잘못 나온 것일 수도 있 겠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하는 행위의 선택을 나타낼 때는 ‘갈지, 말지’와 같이 “할지 말지”로 붙여 쓰 는 것이 맞다. 이 말은 선택 또는 의문을 나타내는 ‘ㄹ지’라는 어미가 동사의 어근에 붙은 것이다. 한편, ‘그녀를 만난 지 오래되었다’고 할 때처럼, 지 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낼 때는 그러한 기능의 의존명사 ‘지’를 관형어 뒤에 띄어서 쓰는 것이다. 저번 기고문을 쓴 지 세 달 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WRITER 김청산 법무사(서울중앙회) · 연극배우 · 공연예술 평론가 73 2024. 04. April Vol. 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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