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5월호

71 2026. 5. May Vol. 707 몸으로 세상을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고, 조는 22를 쫓아다니며(야옹거리며) 재즈 공연을 준비하라고 재 촉한다. 사실 영혼이 뒤바뀌는 코미디물은 흔하다. 그리고 「소울」은 여타의 작품에 비해 코미디가 약하다. 22가 조의 몸에 들어가서 하는 일은 기껏해야 피자를 맛보 는 일, 이발소에서 수다 떠는 일, 양복을 맞추는 일, 그 정도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이 모든 전개를 뒤집는 장 면이 등장한다. 자기 몸을 되찾은 조는 재즈 공연을 무사히 마친다. 하지만 예상외로 별다른 감흥이 느껴 지지 않는다. 삶은 여전히 삶일 뿐이다. 조는 집에 돌 아와 조용히 앉아 있다가, 22가 남긴 흔적을 발견한 다. 그건 피자 조각, 이발소에서 받은 사탕, 우연히 주 운 낙엽 같은 것들이다. 22가 세상에 잠시 다녀간 흔 적. 누군가는 그저 쓰레기라 말할 것이다. 좋게 말해 봤자 잡동사니. 하지만 그것을 잠자코 보던 조는 22 가 감각한 순간을 되새기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 한다.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모여 반짝이던 삶의 한때 를 되살리는 역설. 그 감동을 손끝에 담아낸 조는 자 기만의 음악을 완성한다. 22는 말했다. 어쩌면 나의 불꽃은 ‘하늘 보기’일지도 몰라. 혹은 그냥 ‘걷 기’. 조는 대답했다. 그건 목적이 아냐. 그건 그냥 사는 거야.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조는 그냥 사는 것이야말로 빛 나는 불꽃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이 감동적인 이유는 영화 를 보며 지루하다 느꼈던 순간들이 모 여 빛나는 생의 기억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조와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의 연출은 잔잔하지만 감동적이다. 그 짧은 시퀀스에는 탄생과 죽음, 그러 니까 삶의 경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을 나서며 숨을 들이마시는 조의 산뜻한 얼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소울’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 된 이 작품은 “그저 살아가면 된다”라 는 말을 속삭이며 우리 곁을 떠나간다. 이제 다시 너의 삶을, 네게 주어진 하루 를 살아갈 차례라며. 만남과 이별을 엮 으며 생을 그리는 픽사의 실력은 언제 나 놀랍고, 나는 매번 눈물을 참는 데 실패하고 만다. 그냥 사는 것, 그게 바로 불꽃이다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슬기로운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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