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기온이 서서히 오르는 중이다. 작년보다 꽃이 일찍 피 었다고 들었다. 꽃이 피었는지 봄이 왔는지 크게 관심이 없 는 나에게 출근하는 도중 남편이 얘기해줬다. 근무하는 날이 하루하루 쌓여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전에도 언급했듯 상속과 가사사건 상담이 주인데, 이 번 달에는 가족들이 많은 상속사건이 여러 건 있었다. 그 리고 본인의 후견업무를 매우 힘들어하는 한정후견인들 의 상담도 거쳤다. 나는 사람들의 감정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 편이다. 그들이 속얘기를 할 때에도 가능하면 들어주려 하고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다행히 그런 전략(?)이 별 어 려움 없이 잘 통한다. 간혹 감정노동을 하게 하는 분들을 만나지만, 나는 그나마 힘든 감정 내보내기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어 쩌면 이런 모든 것들이 모두 지나가는 과정의 일부일는지 도 모른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고, 그들의 다 양한 태도에 대응하며 또 배우기를 반복한다. 사무소를 시작하면서 포스트잇에 짧은 문구를 메모 해서 붙여놓았는데, ‘Let Them’은 그중 하나다. 사인펜 으로 둥글둥글 써서 붙여 놓았다. 사람들과 대면하며 일어 나는 불편한 감정을 흘려보내기 위한 방식이다. 처음 사무소를 개업할 때에는 많은 걱정이 들기 마련 이다. 그럴 때마다 바라보고 되뇔 수 있는 간단한 메모들 을 적었다. 관계를 통해 내 안에 일어나는 것과 그 사이에 서 일어나는 것을 구분하는 연습이 필요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이것은 비단 의뢰인과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얘기 는 아니다). 나는 이전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그 들과 띄엄띄엄(간격은 다양하게) 소통한다. ‘소통’은 내 게 언제나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업무를 하다 보면 어 쩔 수 없이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난다. 따뜻한 기운이 찾아들면서 겨울잠에서 깬 사람들이 모처럼 외출을 한 것처럼 똑똑, 사무소 문을 두드린다. 전 화를 건다.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저마다 한 손에 또는 양손 에 가득 가져온다. 함께 해결해 나가는 와중에 부득이 튕 겨나가는 분들이 있다. 함께 달려야 하는데 혼자 라인 밖 에 나가서 주저앉아버리거나, 돌아서 가버리려는 사람들. 도와주려는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 상속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속재산분할심판을 받 은 가족들 중 협조하지 않는 공동상속인 상대로 전화 몇 번 걸고 나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한정후견인과의 상담 도 내용이 제법 많다. 진행을 앞두고 고민할 시간이 필요 하다고 얘기해주는 분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드린다. 충분 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바쁜 와중에 부연설명이 길어지면 이제는 조금씩 정 리도 해준다. 일이 마무리된 후는 물론이고 도중에 맞닥 뜨리는 그들의 선택이 살짝 엇나가더라도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놓아준다.’ 법무사로서 사람 을 상대하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Let them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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