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편집위원회 레터 30대 후반의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와 AI로 작성한 답변서라며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고쳐야 할 곳이 많아 새로 작성해 드렸더니, 고개만 끄덕이고는 AI 영상 속 인 물처럼 소리 없이 문을 나갔습니다. 가끔 있는 일이라 덤덤했지만, 인공지능(AI)이 법무 사의 도우미가 될 수는 있어도 일반인이 제대로 활용하 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순간, 바 람이 불어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복사기도 없던 1970년대 초반, 종이 등기용지 50매 를 묶어 제본한 부책등기부는 보존등기 순서대로 관리 되었고, 등초본 발급은 색출장(색인 장부)에서 해당 등 기부를 찾아 등기사항을 손으로 베껴 쓴 뒤 인증하는 방 식이었습니다. 발급 기간만 10일 정도가 걸렸습니다. 1976년경 보급된 건식 복사기(제록스)는 두루마리 감광지와 숯가루 같은 토너를 사용하는 첨단 기계로, 가 격이 200만 원 정도였습니다. 당시 서울의 소형 한옥이 300만 원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값비싼 첨단 기계였습 니다. 분당 5~10장을 복사하는 획기적인 성능이었으나 감 광 용지가 비싸고 열과 습기에 약해 등본 용도로는 부적 합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후 습식·레이저 복사기로 차례로 진화하였습니다. 비슷한 시기, 부책등기부를 한글 타 자기로 옮겨 쓰되 성 명은 한자로 기 재하여 바인더형 등기부에 지번 순서대로 철하는 작업 이 5년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펜이나 만년필로 작성하던 판결문과 재판 조서도 타 자기로 대체되었지만, 타자 글씨는 지우개나 칼로 쉽게 지워져 위·변조에 취약했고, 바인더형 등기부는 쉽게 해 체되어 분실과 훼손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1994년 등기부 전산화가 시작되자, 눈에 보이던 종 이 등기부가 전자 부호로 바뀐다는 사실이 큰 불안이자 충격이었습니다. 2008년 가족관계등록제도 시행 때도 마찬가지였습 니다. 호적제도에 대한 아쉬움과 새 제도의 낯섦이 뒤섞 였고, 해킹·전쟁·천재지변에 대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 하고 결국 전국 전산망은 완성되었습니다. 전자소송은 특허 분야를 시작으로 2024년 민사 부 문까지 완료되었고, 2025년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 축으로 AI 챗봇 서비스 등이 강화된 스마트 법원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형사사건 전자소송도 곧 완성될 것 입니다. 50년 동안 법원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바람 이 불면 변화가 따른다는 것을 알았습니 다. 분초를 다투며 진화하는 AI는 법률 시장의 변화를 들불처럼 번지게 하 는 바람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 입니다. 바람이 붑니다 권중화 법무사(서울중앙회)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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