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과거 저개발·저신뢰 사회에서는 국가가 이러한 부 담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였고, 국가 예산 과 조직을 통해 등기제도를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 을 만큼의 행정·재정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국가가, 그 인프라 를 통해 공시한 등기 내용을 신뢰한 국민을 제도적으 로 보호하지 않는 구조는 더 이상 당연한 전제로 받아 들이기 어렵다. 특히 부동산이 국민 자산의 약 70%를 차지하고, 대다 수 서민에게 주택이 사실상 전 재산에 해당하는 현실에 서, 등기제도에 대한 신뢰 붕괴는 단순한 거래 위험을 넘어 국가에 대한 신뢰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 국민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적 제도를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하 에 거래에 나서며, 그 신뢰가 깨질 경우 개인이 감당해 야 할 손해는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등기 내용에 하자가 발생하더 라도, 그 책임은 원칙적으로 등기를 신뢰한 개인에게 귀속된다. 이는 국가가 제도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면 서도, 그 제도를 신뢰한 결과에 대한 위험은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더군다나 전자신청·자동교합 등 시스템화가 고도화 될수록, 개별 국민이 위험을 통제하거나 검증할 수 있 는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책임 구조는 점점 더 설득력을 잃고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등기의 공신력 도입은 선택 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공적 정보에 대해 책임을 부 담하겠다는 제도적 선언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등기의 공신력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최 소한 두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진정한 소유자를 보호할 피해보상제도의 마 련이고, 둘째는 그 보상제도가 지속 가능하도록 부실 등기를 구조적으로 최소화하는 것이다. 공신력 제도 의 성패는 사후적 보상보다 부실등기가 발생하지 않 도록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실무적으로 살펴보면, 부실등기는 등기신청서 작성 오류나 전산 오류 등 형식적 실수에서 발생하지 않는 다. 오히려 상당수가 형식적인 본인 확인, 당사자의 오 인·기망, 사회공학적 해킹 등과 같이 등기신청 이전 단계의 취약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 형성과 본인 확인, 대리 구조 전반에 관한 제도 설계의 문제이다. 이 지점에서 AI 기술의 한계 역시 분명해진다. AI는 입력된 데이터를 전제로 추론을 고도화할 수는 있으 나, 최초 입력되는 정보의 진정성 자체를 보증할 수는 없다. 최초 입력값의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아무 리 고도화된 AI 기반 등기시스템이라 해도 부실등기 의 근본적 차단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 인식 하에서, 대한법무사협회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사전 검증이 가능한 자격자대리인에 의한 실효성 있는 본인확인제도를 제안해 왔다. 사건수임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법적 조력을 통 해 하자 없는 의사 형성을 돕고, 사회공학적 해킹 등 권리 침해 요인을 방어하며, 위임인의 진정한 의사를 책임지고 대리하는 구조는 부실등기를 구조적으로 감 소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AI 기술은 이러한 제도를 대체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책임 있는 판단을 보완·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제3주제 발제에서 강조된 접근성 강화와 ‘시민의 직 접 수행’이라는 비전 역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접 05 접근성 논의의 한계와 전문가 시스템의 필 요성 04 공신력 도입의 전제 : 부실등기의 구조적 최소화와 AI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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