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MOVIE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PRESCRIPTION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아 두려울 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내 이름을 찾아줘 영화평론가 최근 국내에서 화제가 된 연극이 하나 있다. 3월 말까지 상연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것 이다. 이 연극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극화했다. 우 리 모두가 아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그 명작. 아마도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그 판타지를 무대 위에서 생생 하게 체화해 내는 기술과 감동이 이 연극의 동력이 아닐까 짐작한다. 연극으로 재탄생한 작품 앞에서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일 본에서 2001년 개봉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020)이 등장하 기 전까지 20여 년 간 역대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지브리 작품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크게 흥행했고, 제5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역량은 흥행 스 코어, 수상 이력 등에 머물지 않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품은 큰 세계는 이 작품을 고전의 반열 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니 말이다. 여느 명작이 그렇듯, 이 영화도 다양한 갈래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중심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테마는 ‘자아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센과 치히로. 제목에 포함된 두 개의 이름도 그것을 지시하니 말이다. 그러므로 오늘은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고전하 는 이들을 위해 글을 썼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영원히 지키고 싶었던 나를 잊을까 봐 두 려운 당신을 위해. 새로운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 쓰다가도 문득 지난날을 돌아볼 이들을 위해. 영화에서 센과 치히로 사이를 오가는 그 좌충우 돌의 시간을 성장이라 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이 영화는 아릿한 성장통을 견디기 위한 나침반이 되 어줄 것이다. 아래부터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 다. 오프닝이 훌륭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나는 모험 의 시작을 가장 잘 표현한 오프닝으로 「센과 치히로 의 행방불명」을 꼽겠다. 엄마, 아빠와 타고 가는 차의 뒷좌석에 누워 창밖을 나른하게 구경하는 어린아이. 평범하고 평화로운 순간. 그러다 차는 우연히 외딴 길에 들어서고, 정신없이 질주한다. 곧이어 차는 산 속에 난 터널 앞에 마법처럼 도착한다. 통상 영화에서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은 신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고전하는 이들을 위해 홍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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