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4월호

20 것이 사실임에도, 간첩죄에서 방조범을 정범과 동일 하게 중하게 취급하였던 것은 과거 형법 입법 당시 냉전시대라는 사회적 배경 하에 정범과 방조범을 불 문하고 중벌로 의율하고자 하였던 입법취지가 있었 다고 생각된다. 간첩죄가 국가의 안전이라는 거대한 법익을 위태 롭게 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 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하였다는 점, 불법성의 경중에 따라 형벌의 차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논리적이라 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규정을 개정함에 있어서 간첩 방조행위를 독립된 간첩죄로 취급하는 것은 지양했 어야 한다고 본다.5 3) 간첩죄 적용 대상의 확장과 그 의의 한편, 간첩죄 규정에 대해 내려졌던 큰 비판 중 하 나는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없었다는 점 이었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북한을 국가가 아닌 반국 가단체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6 이러한 문제로 인해 한때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북 한을 적국에 준하는 것(준적국)으로 파악하여 간첩 죄의 성립을 인정한 적도 있다.7 하지만 「형법」 제102조(준적국)는 “…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는 적국으로 간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국가가 아님 과 동시에 외국인으로 구성된 단체도 아닌 이상 형법 으로는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 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고육지책을 사용하였기에8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는 비판을 면 할 수 없었다. 따라서 반국가단체를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본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였는 데, 이번 형법 개정으로 인하여 북한을 위한 간첩행 위를 처벌하는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즉, 신설된 제98조의2(외국 등을 위한 간첩) 규정 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북한을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북한을 위 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되므로 유의미한 개정 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정은 간첩죄의 당초 취지에 비로소 부합 하게 되었고, 나아가 우방국이든 아니든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간첩행위가 있으면 본죄 성 립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협소했던 처벌 범위의 문제도 해결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가기밀의 범주는 비단 우리 국민의 생명·신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넓게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산업기밀도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기간산업의 첨 단기술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보호의 필요 성이 크고, 이러한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이 어제오늘 의 일이 아니니만큼 외국을 대상으로 한 산업스파이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이러한 사회적 요청에 부합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정 전에는 산업기밀 을 외국에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산업기술유출방지 법」,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 특별법으로 의율해 왔으나, 이번 개정으로 형법상 간첩죄의 적용 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나아가 이들 특별법의 모법으로서의 면모도 비로소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냉전시대를 넘어선 ‘신 안보시대’라는 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개정형법은 실천적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방조범의 독립된 취급은 신설된 제98조의2 외국을 위한 간첩죄 규정에도 동일하게 마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본다. 대법원 1959.7.18.자, 4292형상180결정; 대법원 1971.9.28.선고, 71도1498판결; 대법원 1983.3.22.선고, 82도3036판결. “북한괴뢰집단은 우리 「헌법」 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서 국가로 볼 수 없으나, 간첩죄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하여야 한다.”(대법원 1983.3.22.선고, 82도3036판결). 「형법」상 간첩죄 규정은 이와 같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안에 따라 특별법인 「군형법」, 「군사기밀보호법」, 「국가보안법」 등을 적용하여 왔다. 「국가보안법」 폐지의 목소리가 오랜 기간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폐지가 안 된 것은, 개정 전 간첩죄 규정으로는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할 수 없어 「국가 보안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본 개정법률로 인해 북한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게 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유 의미한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5 6 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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