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4월호

40 지난 2월, 법원행정처 주관으로 ‘등기제도의 AI 대전환’ 학술대회가 열렸다. 리걸테크 전문가와 판사, 법원 관계자들이 모여 인공지능이 바꿀 미래 등기 시스템을 논하는 현장은 화려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수사(修辭)들 사이에서 20년 넘게 현장을 지켜온 전문가의 마음속엔 깊은 허탈 감이 차올랐다. 그날의 담론은 마치 주방장이 부재 한 식당에서 공학자들이 모여 인공지능 조리 로봇 의 효율성만을 토론하는 광경과 흡사했기 때문이 다. 알고리즘이 등기 사고를 걸러낸다는 장밋빛 설 명은 매혹적이지만, 정작 등기제도의 근간인 ‘진정 성 확보’를 위한 인적 책임 시스템에 대해서는 입 을 닫고 있었다. 기술의 효율성이 법의 본질인 ‘정의’와 ‘진실’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은행 근저당권 불법 말소 사건’은 현재 시스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교하게 위조된 서류와 도용된 정보가 시스템 의 필터링을 통과하는 순간, AI는 오히려 ‘더 빠르 게 잘못된 등기를 확정 짓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 이 크다. 등기는 사후에 소장으로 다투는 ‘사건’이 아니라,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지키는 ‘예방 사법’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데이터 입력과 확인만으로는 사람의 탐욕이 빚어 낸 정교한 사기 수법을 결코 막아낼 수 없다. 우리는 기술 도입을 찬양하기 전, 제도의 구조적 허점부터 살펴야 한다. 대환대출 같은 특별한 사정 도 없이 근저당권 설정 3개월 만에 말소 신청서가 접수되는 기이한 사례를 마주했을 때, 현장의 등기 관이나 시스템은 왜 아무런 의구심을 갖지 않았을 까. 이는 알고리즘의 고도화 문제가 아니라 등기의 진정성을 확보하려는 국가의 ‘의지’와 실무자의 ‘통 찰’에 관한 문제다. 현장을 누비는 법무사들은 의뢰인의 불안한 눈 빛을 읽고, 수많은 서류 뭉치 사이에서 위조의 냄새 를 맡는다. 기술의 발전을 거부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법원이 그리는 AI 등기시스템은 철저히 현 장 전문가들의 오랜 경험치를 학습하고, 그들의 전 문성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AI는 등기제도의 ‘주인’이 아닌, 형식적 심사권 발언과 제언 1. 화려한 AI 등기 담론, 정작 빠진 '진정성'의 문제 정정훈 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 AI가 등기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착각 등기제도의 진정성 확보와 AI등기 전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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