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9월호

또, 우울증은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방 해한다. 우울증과 관련된 여러 개별적인 연구를 한데 모아 분석한 결과,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긍정적인 정보를 더 많이 떠올리는 기억 편향이 있는 반면, 우 울한사람들은반대로부정적인정보를더많이기억 해내는성향을가지고있었다(Matt et al, 1992).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감정 조절에 대 단히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서 우울증이 발병하 면 왜 슬픔이나 걱정과 같은 안 좋은 감정에서 쉽사 리 빠져나올 수 없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 게 마음가짐을 바꿔보라는 조언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 말인지를 잘 알려준다. 애초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계속 부정적인 기억만 떠올리는 것이 우울증의 가장 큰 부작용인 데, 그것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우 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동활성화’ 치료, 행동이생각을바꾼다 사람들의 흔한 오해 중 또 하나가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가 맞 는다면? 행동의 변화가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은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꽤 자주 그 인과관 계를 경험하고 있다. 기분이 울적한 날, 아무 데도 나가 기 싫어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려다가도 막상 억지로 라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면 의외로 기분이 나아지 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행동은 감정 조 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는 3개월째 우울증을 겪고 있다. 무력감으로 인 해 아무것도 못 한 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되자 A는 인생을 바꿔 보기로 결심하고, 다음 날 할 일을 머릿속 으로 정리해 그것들을 하나씩 모두 실천하기로 마음먹 는다. 그러나 막상 다음 날이 되자 뭐부터 해야 할지 막 막해진 A는 결국 하루 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 늘도 아무것도 안 했다는 자괴감이 A를 더욱 괴롭힌다. 반면, A와 같이 우울증으로 인한 무력감에 시달리 는 B는 다른 선택을 한다. 친구의 조언에 따라 “내일 집 앞 편의점 가서 좋아하는 과자를 사 오는 아주 작은 목 표부터 해보기”로 한 것이다. 다음 날, B는 억지로라도 몸을 이끌고 편의점에 가서 과자 하나를 사 돌아온다. 아주 작은 목표를 실천한 것뿐인데, 뭔가를 해낸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이 나아진 B는 “내일은 집 앞 카페 에 가서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며, 30분만 있어 보자”는 친구의 제안을 따르기로 한다. B의 친구가 일러준 방법은 전문 용어로 ‘행동활성 화 치료(behavior activation)’라고 한다. 말 그대로 행 동을 우선 활성화시킴으로써 마음의 변화까지 이끌어내 <출처 : Matt et al, 1992> ▶ 우울증여부에따른긍정적기억편향 비우울집단 0.2 0.15 0.1 0.05 0 -0.05 -0.1 -0.15 -0.2 긍 정 적 기 억 우울집단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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