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1월호

각종 회의의 심의 전에 사회자 또는 의장이 ‘성원 (成員) 보고(報告)’를 하며, “총 재적 구성원 ○○명 중 ○○명이 참석하여 과반수를 넘었으므로…”라고 표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도 엄밀히 말해 좋은 표 현이 아니다. ‘과반수(過半數)’는 그 자체로 ‘반을 넘었다’는 의 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과반수를 충족하였으므로”, 또 는 “과반수이므로 성원이 되었다”라고 하면 충분하다. 반을 넘은 것을 또 넘었다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과반수 이상”이라는 표현도 어색하다. 반을 넘었 으면 족한 것이다. “○○ 이상이면 과반수가 된다”고 말 할 수는 있지만, 과반수는 어느 시작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10 중 6 이상이면 과반수다. 7도, 8도 모두. 의사정족수(議事定足數)만이 아니라 ‘의결정족수 (議決定足數)’를 따질 때도 우리 법률가들은 ‘이상’, ‘미만’, ‘초과’, ‘이하’와 마찬가지로 반(절반)을 넘었는 지, 미치지 못했는지를 잘 가려서 말해야 한다. 오십보 백보(五十步百步)라고 할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더구나 우리는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改憲)의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지 않은가. 오전과 오후의 구분이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필자는 골프를 좋아하는데, 실제 필드로 ‘라운드 (Round, ‘라운딩’이 아니다)’를 갈 형편은 되지 않아 가끔 사무실 근처 스크린 골프장에 가서 한 경기씩 즐 기곤 한다. 그런데 데스크에 적혀 있는 안내 문구가 가 관(可觀)이다. “할인행사 A·M 10시 ~ P·M 13시 13,000원” 틀린 부분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필자가 보기 에는 세 가지 점에서 틀렸다. 우선 A.M.과 P.M.의 위치가 틀렸다. A.M.과 P. M.은 각각 ‘ante meridiem’과 ‘post meridiem’의 라 틴어 약자로서 소문자로 써도 되지만, 시각 표시 뒤에 쓰는 것이 바른 용례다. 두 번째는 A.M.과 P.M.이 약자임을 나타내는 점 의 표현이 틀렸다. 약자의 경우 점은 각 글자 뒤에 마침표 식으로 적 는 것이 맞다. 약자 사이에 가운뎃점만 찍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U.S.A.도, C.I.A.도 모두 마찬가지다(첨언하 면, 연월일 표시도 점 세 개가 맞다. 오늘은 2023.12.10. 인데, 마지막 날짜 뒤에까지 점을 찍어 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각의 표기가 틀렸다. 10시를 10:00으로 쓰는 것은 문제없다. 그런데 오 후 13시라니? 갑자기 24시각제로 바꿔버리면 굳이 A.M.과 P.M.을 쓸 필요와 의미가 없고, ‘밤 일찍’ 또는 ‘아침 늦게’와 같은 형용모순이 되어 버린다. 08:00라 고 해 놓고 저녁 8시에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고 뭐라 하면 서로 난감할 것이다. ‘저런 바보같은 표현도 있네’ 하겠지만, 우리도 가 끔 비슷한 실수를 한다. 주식회사의 주주총회나 이사 회 의사록에서 “2001년 11월 27일 10:00시 본 회사 본 점 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다”라거나, “회 의 종료 시각 11:30분”이라고 적힌 경우를 꽤 보았다. “:”는 “시”와 “분”을 함께 가리키는 약속된 기호라 고 생각하면 된다. 윗점이 ‘시’, 아랫점이 ‘분’이라 생각 해도 좋다. 거기에 별도로 “시” 자나 “분” 자를 넣으면 동어반복이 되어 버린다. 차라리 “오전 9시 15분” 이렇 게 적으면 오류가 없고 깔끔하다. WRITER 김청산 법무사(서울중앙회)·연극배우·공연예술평론가 현장성과 즉흥성이 생명인 ‘말하기’에서는 논리적 정합성을 완전히 갖추고 문장의 구성 요소들을 미리 정렬하거나 통제하기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자신의 전문성과 교양을 발휘해야 하는 ‘글쓰기’에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자기 글을 비판적으로 보면서 다듬어야 한다. 83 2024. 01. January Vol.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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