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가려면 경제적 기반뿐 아니라 삶을 지탱해주는 서비 스 인프라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역소멸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법률 서비 스, 그중에서도 법무사의 역할은 좀처럼 거론되지 않 습니다. 저희가 법무사협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현장 법무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것은, 바로 이 빈자리 를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법무사가 지역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사회적 가 치로 공론화하는 것, 그것이 이 협력의 출발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협약 체결 전까지는 법 무사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는 정도로만 알 고 있었어요. 그런데 협약 이후 현장 법무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법무사님들이 정말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시 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접점이 굉장히 많은 분들이구 나 하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AI가 법률 정보를 아무리 빠르게 제공해도, 그 정보를 사람의 구체적인 삶에 연결하는 일은 현장에 있는 사람 만이 할 수 있다는 것도요. 오늘 이 자리가 그런 인식의 변화를 더 넓게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법무사는 문 여는 게 봉사”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문만 열어놓으면 봉사가 되는 아주 특이 한 직업이라고 항상 얘기해 왔는데, 그걸 사회적 가치 로 연결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데는 다소 부족했 던 게 사실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무실 문을 열고 앉아 있는 그 현장성은 대체할 수 없습니다. 희망제작소가 이렇 게 도와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번 콘텐츠 제작 사업의 첫 번째 인터뷰는 성년후견 분야였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서울남부회 문 선수 법무사를 만나 치매 어르신의 재산관리부터 가 족 간 갈등 조정, 요양병원 선정까지, 법무사가 피후 견인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현대판 집사’ 역할을 한 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이충희 사무총장님, 현장에 서 법무사 성년후견인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 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는 법무사 성년 후견인을 양성·교육하고 법원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법인후견인으로서 직접 후견 사 건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저희한테 오는 사건들은 대 체로 가족 간 갈등이 심하거나 후견을 맡을 가족이 아 예 없는 경우들이에요. 치매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어르신의 재산을 둘러 싸고 자녀들 사이에 수십 년 묵은 갈등이 한꺼번에 터 지기도 하고, 요양병원 선정을 놓고 자녀들이 극단적 으로 대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성향과 생 애사를 충분히 파악한 뒤 양쪽 요양병원을 직접 방문 해 더 나은 쪽이 선정될 수 있도록 가족들을 설득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제가 직접 담당하는 사건도 하나 말씀드리면, 조현 병을 앓고 있는 여성분인데 약 복용도, 병원 입원도 심 하게 거부하세요. 관리비와 가스비 납부, 임대차 계약 을 제가 대리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구를 창 밖으로 집어던져 행인이 다칠 뻔한 위기 상황도 있었고, 이웃 주민이 분리 조치를 요청해 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가 정법원에 정신병원 입원 허가 청구를 해둔 상황입니다. 문선수 법무사님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법원에서 발급받은 후견등기사항증 명서를 들고 은행에 가도 직원들이 성년후견제도를 몰라 잔고 증명서 하나 떼주지 않으려 하거나, 담당자 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 된다는 거였습니다. 성년후견제도 자체는 훌륭한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법무사 혼자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습니 성년후견 현장, 법무사만이 할 수 있는 일 한상규 김태영 이충희 정정훈 한상규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