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즉, 누가 무슨 도장을 찍었는지 구분할 길이 없었 으므로 김이수와 김일수의 의사표시를 확인할 만한 흔적이 없었다. 적어도 필자가 본 계약서는 “이 두 사 람도 계약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스스로 완성해 주 지 못하고 있었다. 의뢰인 김이수의 주장과 일치하는 계약서였고, 쟁점은 명확해 보였다. 필자는 김이수에게 연락하여 계약이 성립되지 않 은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고, 김이수는 “토지를 팔 자는 이야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지만, 매매 조건을 듣고 난 뒤에는 자신들은 빠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 혔다”고 강조했다.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거래를 추진했을 수는 있어 도, 그것이 곧 자신의 지분 처분에 대한 동의는 아니 었다. 특히 김이수는 누군가에게 “우리 몫까지 알아 서 계약해도 된다”는 식의 위임을 한 적이 없다고 거 듭 밝혔다. 그래서 필자는 답변서를 간단히 작성하였 다. “피고 김이수와 김일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원고가 제출한 계약서에는 피고들의 날인이 나 무인이 없다. 공유물 처분은 공유자 전원이 하여 야 하므로, 설령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약정이 별도 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들 지분에 대한 효력은 인 정될 수 없다.” 필자는 답변서를 제출할 때까지 박원고가 계약을 입증하는 다른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이 있었다. 이 계약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스스 로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 송 과정에서 계약을 입증하는 다른 서류는 제출되지 않았다. 필자가 답변서를 접수한 이후 박원고의 소송대리 인은 준비서면을 제출하였다. 준비서면에는 김이수 가 말하지 않은 구체적인 배경이 보였다. 이 사건 토지는 마을 사람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유토지였고, 매각 문제 역시 단순한 개 인 간 거래라기보다 마을 공동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 어 온 것으로 보였다. 박원고는 이 사건 거래가 마을 전체의 이익과도 마을 사람들의 공동 사정으로 재산 처분을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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