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5월호

26 용의 대리권을 주었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필자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녹취록이었다. 박원고 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사건 토지의 매매 실무를 담당 한 이장남(가명)과 의뢰인 김이수와의 대화가 기록 되어 있었다. 김이수의 고향친구인 이장남은 김이수에게 “그래 서 너희 형제들만 오케이하면 일이 진행이 되는 건 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말인즉슨, 그 시점까지는 김이수·김일수 형제 가 매매계약을 동의하지 않았고, 박원고 측도 그들 이 매매계약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계약이 체 결되어 모두가 구속되어 있다면, 굳이 “그 둘만 오케 이하면 된다”는 식의 표현이 나올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서 필자는 준비서면에서 박원고 측 증거를 우 리 측 증거로 다시 해석했다. 박원고는 해당 녹취록 을 두 사람도 이미 거래 흐름 안에 있었다는 근거로 제시했지만, 오히려 그 대화는 두 사람이 아직 승낙 하지 않은 상태였음을 드러낸다는 것으로. 필자는 이런 모순이 재판부에 잘 보이도록 “만약 최부남이 두 사람의 의사를 위임받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면, 왜 계약서에는 그 점이 전혀 기재되지 않 았는가”, “왜 최소한의 위임장도 존재하지 않는가”, “왜 원고 스스로 제출한 녹취록에서는 오히려 ‘두 사 람이 오케이해야 한다’는 표현이 등장하는가?” 등 박 원고가 주장하는 바를 탄핵하는 질문을 던졌다. 소송 진행 중 일부 피고들은 박원고의 주장을 인 정하는 서면을 제출하였고, 일부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이수와 김일수를 제외한 모든 피고들은 청 구를 인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1심 판결은 예상대로 피고 김이수와 김일수에 대 한 청구를 기각하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판결 이유도 예상대로 증거 부족이었다. 적어도 피고 김이 수와 김일수에 관한 한, 청구를 뒷받침할 정도의 계약 성립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필자는 박원고가 계약서까지 증거로 제출했음에 도 증거부족으로 패소했으니 이쯤에서 그만두고 김 이수·김일수 형제와 매매대금에 관한 합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원고는 물러서지 않았다. 항소장을 제출했 고, 뒤이어 항소이유서에서도 원심이 사실관계를 충 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면서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않 은 채 1심에서 주장한 내용을 반복하였다. 필자는 이쯤 되니 박원고의 억울함이 진심으로 느 껴졌다. 그로서는 주민들 대부분이 매각에 동의한 토 지였으므로 토지 공유자들이 모두 매도에 동의한 것 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아마도 중간에서 일을 처리 한 사람이 그렇게 믿게 했을 수도 있고. 항소이유서를 읽어 보니 원고의 기본 구조는 크 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피고들이 거래 흐름 속 에 있었고, 다른 공유자가 실무를 맡아 계약을 진행 했으며, 제출된 대화와 녹취 자료를 종합하면 피고들 도 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핵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원고가 말하는 사정들은 많았지만, 여전히 피고들 명의의 명시적 동 의와 대리권 수여에 대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서 항소심 준비서면도 새롭게 꾸미기보다 왜 원심 판 단이 기록과 증거에 비추어 타당한지를 다지는 방향 으로 갔다. 원고가 제출한 매매계약서 자체에 피고들의 날인 이나 무인이 없다는 점, 공유물 처분은 공유자 전원 이 해야 한다는 점, 대리권 수여가 있었다면 그 사실 이 문서와 자료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원 고가 스스로 제출한 녹취록에도 피고들이 아직 동의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드러난다는 점을 차례대로 짚 으며, 원고가 1심과 마찬가지로 본질적 공백을 다른 사정으로 메우려 한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려 했다. 이 사건에서 끝내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김이수 1심 판결은 일부승소, 의뢰인 형제에 대한 청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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