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5월호

63 2026. 5. May Vol. 707 녀가 자녀 A를 임신한 시기보다는 멀리 앞서 있어서 다행이었다. 혹시 있을 수도 있는 유전자 검사 오류, 갑녀와 을 남의 1년이라는 기간의 기억 불일치, 5년이나 늦어 진 자녀 A의 출생신고 등에 대한 우려였을까. 재판 부는 을남의 진술과 유전자 검사서만으로는 ‘명백한 동서의 결여’라고 단정할 수 없었던지 추가적인 입 증자료로 갑녀의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얼마 후 갑녀는 필자에게 작성한 진술서 내용을 건넸다. 그 덕분에 소송은 잘 마무리되었다. 당시 갑 녀의 진술서에는 사건의 사실관계와 힘들게 살아온 지난 삶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 “제 잘못은 많지 만 선처해 달라”고 쓰여 있었다. 갑녀는 왜 잘못이 많다고 했을까? 내게는 마치 진 술서가 아닌 반성문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나서 남 편과 아이들을 모두 버리고 도망간 비정한 어머니도 아닌데…. 다만, 당시의 시대상으로 본다면 지금은 사라진 ‘간통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었고, 갑녀 본인도 그 점을 의식했을 것이다. 필자가 위에서 단순히 동거남이라고 표현했지만, 갑녀와 동거남의 주소지도 이혼 전까지는 일치하지 않는다. 남편인 을남이 어찌어찌 찾아와 같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었을 것 이다. 갑녀는 가출한 지 10년 만에 을남과 이혼했다. 혼 인관계가 깨끗이 해소되었으니 이제 동거남과 행복 하게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동거남도 그 몇 년 뒤 사 망하였다. 갑녀는 을남과의 자녀 셋, 동거남과의 자 녀 둘, 그렇게 5명의 아이를 홀로 키워냈다. 갑녀가 “그동안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필자에게 이야기했을 때는 ‘다들 어렵게 사는 거 아닌가’ 생각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 사건을 진행하며 가정사를 알게 되니 그 말이 그냥 빈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갑녀는 참으로 훌륭한 어머니였다. 소송이 모두 종결된 이후 이 사건의 시작점이었던 막내아들, 자녀 B의 카톡 프로필에 웨딩사진이 올라 왔던 것이 기억난다. 이후 가족관계등록부도 잘 정 리되어 무사히 결혼을 한 것 같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갑녀로부터 더 이상 연락은 오지 않는다. 이제 그녀도 온전한 어 머니의 이름으로, 자손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 지 않을까. 그렇게 기원해 본다.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갑녀가 "그동안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필자 에게 이야기했을 때는 '다들 어렵게 사는 거 아닌 가'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이 사건 을 진행하며 가정사를 알게 되니 그 말이 그냥 빈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참으로 훌륭 한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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