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필자는 박 피고에게 대략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았 다. 명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박 피고가 거짓말 을 했기 때문에 김 원고(가명)라는 사람이 손해를 보 았고, 그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는 내용인 것 같았다. 다음 날, 박 피고가 필자의 사무실에 소장을 들고 방문하였다. 소장을 통해 파악한 사실관계는 대략 이 러했다. 김 원고는 바로 그 지점, 즉 박 피고가 실제로는 컴퓨터를 인수받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안전하게 운 송이 진행될 것처럼 꾸며 자신을 거짓말로 안심시켰 다는 점을 불법행위의 핵심으로 삼았다. 박 피고의 거짓말이 없었다면 자신은 군부대 부사관에게 대금 을 입금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필자가 얼핏 보더라도 박 피고의 거짓말과 김 원 고의 손해에 인과관계가 없진 않았다. 필자는 박 피 고에게 소장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인지 물어보았다. 박 피고는 “내가 거짓말한 것은 맞아요. 근데 나도 속은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했다. 고민이 되었다. 김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관계를 박 피고가 스스로 맞 다고 인정하고 있고, 박 피고의 거짓말과 김 원고의 손해에 상당인과관계가 아예 없다고, 박 피고의 과실 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만, 소장에 기재한 바에 따르면 김 원고에게도 통상적인 상관습에 비추어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스 스로 밝히고 있었다. 결국 사건은 판단하는 사람의 재량에 좌우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재량에 좌우되는 사건일수록 어떻게 설득하느냐 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판사의 심증을 움직일 만한 답변서의 작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박 피고 씨 앞으로 소송이 제기되었으니 답 판사의 심증을 움직일 수 있는 답변서 생긴 것으로 말하고 잘 아는 기사를 소개해 주겠 다고 둘러대라.” 그래서 박 피고는 새로운 운전기사인 최철수의 연락처와 차량번호를 받아 김 원고에게 알려 주 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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