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6월호

15 2026. 6. June Vol. 708 변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김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관 계가 맞다고 하셨으니, 사실관계는 인정합시다. 단, 김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으므로 박 피 고 씨의 거짓말이 없었다 하더라도 결국 사기를 당했 을 확률이 높고, 박 피고 씨도 사기범들에게 속았다 는 것을 중심으로 답변서를 작성하겠습니다. 우리가 이길 거라고 장담은 하지 못하겠어요. 박 피고 씨가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의뢰인을 돌려보내고, 곧바로 답변서 작성에 착수 했다. 박 피고가 낯선 사람의 부탁을 받고, 김 원고에 게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말을 전하고, 자기 이름으 로 신뢰를 보태 준 것은 매우 경솔한 처신이었다. 그러나 민사소송에서 도덕적 비난과 손해배상 책 임이 늘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 은 종종 그 둘을 섞어 생각하지만, 법은 둘 사이에 생 각보다 단단한 칸막이를 세워 두었다.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박 피고가 과연 사기의 공 범으로까지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김 원고가 원하는 결론은 명확했다. 박 피고를 사기범들과 사실 상 한편으로 묶어 달라는 것이었다. 컴퓨터 10대를 실어 올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소개한 화물차 기사 가 이미 물건을 인수한 것처럼 믿게 만들었으니, 박 피고도 사기 과정의 일부였다는 논리다. 일반인의 감각으로 보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주장 이다. 실제로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원 고가 1,200만 원을 송금할 이유도 약해졌을 테니 말 이다. 하지만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려면 단순히 결과에 기여한 정도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최소한의 공모, 역할 분담, 또는 상대방을 속여 재산 처분을 유 도하려는 의사의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즉, 박 피고가 군부대 부사관과 사전에 어떤 관계 였는지,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지, 돈의 흐름에 관 여했는지, 사건 이후 이익을 취했는지, 연락이 계속 되었는지 같은 점들이 중요한 것이다. 김 원고는 군부대 부사관이라 참칭한 사기범의 신 상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형사고소를 하지 않은 상태 로 보였다. 자신도 사기범들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 는 상태였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박 피고의 말을 전적으로 신 뢰했고, 단순히 그가 사기행각이 있던 그날에 우연히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사건이라 결론지었다.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이 박 피고가 사기의 공동불법행위에 가 담하지 않았다고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피고가 처음부터 성명불상자와 범행을 짜고 움 직였는지, 원고의 송금액 중 일부를 받았는지 등 공 동 불법행위를 증명할 것들이 없었다. 사기사건 주변 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동불법행위 책임 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박 피고의 역할은 누가 보더라도 중심보다 는 주변에 가까웠다. 물건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대 금을 수령한 계좌 명의인도 아니었으며, 무엇보다도 박 피고는 화물운송 알선 플랫폼에 사업자정보와 개 인정보를 등록한 사업자라는 점과 사건 발생 이후 김 원고의 전화를 계속 받았다는 점, 그의 추궁에 사실 대로 말한 점이 그가 사기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었다. 즉, 박 피고는 사기범들이 설계한 사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얻어 걸려야 할 도구였던 셈이었다. 물론 ‘도구’라는 사실만으로 면책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열혈 박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공범인가, 도구인가 사건의 쟁점은 박 피고가 사기 범행에 공모·가 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거짓말과 원고의 손해 사 이에 법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필자는 답변서에서 거래 상대방의 신원, 물품의 존 재, 입금계좌의 적정성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김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고, 의뢰인은 사기의 ‘도구’로 이용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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