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6월호

16 다만, 그 주변성이 법적 책임의 강도와 범위를 결 정하는 데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람을 속이는 큰 설계도 속에서 가장 끝단에 서 있던 사람까지 동일한 책임으로 묶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봐야 한다. 두 번째 쟁점은 거짓말은 있었지만 그 거짓말만으 로 손해의 책임 전부를 돌릴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사건에서 가장 불편했던 대목은 박 피고의 거짓말이 었다. 의뢰인이었지만 나는 그 대목을 감싸지 않았다. 컴퓨터를 실제로 인수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이 상한 사정을 들었다면 원고에게 즉시 사실대로 알렸 어야 했다. “나는 못 싣고 간다”, “현장이 수상하다”, “송금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박 피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부사관이 시키는 대로 “급한 일이 생겨 돌아간다”고 둘러댔고, “다른 기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 한 통의 거 짓말이 사건을 더 악화시킨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 거짓말이 없었더라면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원고는 이미 부사관이 라 참칭한 성명불상자와 상당 부분 거래를 진행하고 있었다. 컴퓨터 10대, 군부대, 물품대금 1,200만 원, 지정 계좌 송금이라는 구성은 박 피고가 등장하기 전 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박 피고는 거래가 확약된 후 에 운송만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거짓말이 손해 발생의 결정적 원 인일까? 김 원고는 소장에서 스스로 매매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박 피고의 거 짓말에 매몰된 나머지 자신의 과실은 살펴보지 않은 듯했다. 소장에 따르면 김 원고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과 실을 범하였다. 첫째, ○○사단 ○○부대 부사관이라 는 사기범의 말에 신원도 확인하지 않은 채, 중고 컴 퓨터 매입계약을 구두로 체결했다. 1천만 원이 넘는 큰 금액의 물품거래에 있어서 상 대방의 신원이나 물품의 존재가 확실한지 여부 등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상으로 구두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거래관념상 흔치 않은 과실이다. 둘째, 동산의 매매계약에서 매수인의 대금납입 의 무는 물건을 직접 인도받고 확인하는 것과 동시 이행 관계에 있다. 특히 이 사건의 계약은 컴퓨터 10대로 수량을 지정한 매매계약이므로 10대 모두 인도되었 는지, 제품 상태에 하자가 없는지 등을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김 원고는 본인이 직접 물건을 인도받지 않고, 화 물차에 물건이 적재되었는지 여부만 전화상으로 확 인한 후 물품대금을 입금했다. 동시이행 항변권이 있 는 자신의 의무를 선이행함으로써 그에 필연적으로 부수하는 위험은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 원 판례의 입장이고, 김 원고 본인의 선이행으로 인 하여 발생한 손해이므로 김 원고가 스스로 감수하여 야 한다. 셋째, 사기범이 입금 요청한 계좌가 ‘㈜○○유통’ 명의의 계좌로, 국가기관인 군부대와의 계약임에도 차명계좌로 입금을 요청한 부분에 대하여도 원고는 의심을 하지 않고, 그대로 대금을 입금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김 원고의 중과실과 부주의에서 비 롯된 거래사실에 비춰 볼 때, 만약 박 피고가 김 원고 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고 진실하게 말했다고 해도 사 기범은 중복 배차로 인해 그렇게 말한 것이니 양해해 달라는 등의 핑계를 댔을 것이고, 김 원고는 그 말에 설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 피고는 단순히 화물의 운송만 담당할 뿐 해당 거래의 진의를 확인할 의무가 없고, 신뢰성이 확보된 거래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배차 변경 요구를 단순히 ○○부대 측의 곤란한 사정에 따른 것으로 오인했던 것이다. 박 피고의 행위가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것 잘못의 이름을 정하는 일, 원고 패소 설계된 사기에 이미 속은 매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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