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6월호

34 하여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을 통한 자 동매매를 수행하고 있었다. 위 소프트웨어는 거래 개시 전 운영자가 이자율 등의 설정값을 입력하면, 개장 후 미리 설정된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매수·매 도 주문을 생성·제출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개장 직전 프로그램 운영자가 이자율 계 산을 위한 설정값을 원래 “잔존일수/365”로 입력하 여야 함에도 착오로 “잔존일수/0”으로 입력하였다. 그 결과 위 프로그램은 매수가격 상한과 매도가격 하한의 범위를 의미하는 이른바 ‘박스(box)’가 설정 되지 않은 상태가 되었고, 사실상 모든 거래를 이익 실현이 가능한 거래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위 프로그램은 상대방의 최우선호가와 체결호가만을 기계적으로 추종하면서 비정상적인 가격의 주문을 대량으로 자동 제출하였다. 그 결과 한맥증권은 약 2분 남짓한 시간 동안 총 40,607건 의 매수·매도 주문을 실행하였고, 그중 36,978건의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 사건 거래로 한맥증권은 거액의 결제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며, 거래 상대방 중 싱가포르 법인 인 C캐피탈은 약 36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한 최대 수익자가 되었다. 한맥증권은 C캐피탈에 대하 여 의사표시의 착오취소를 원인으로 한 부당이득반 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소송 계속 중 한맥증권 은 파산선고를 받았고, 이후 파산관재인인 예금보 험공사가 소송을 수계하였다.5 대법원은 미래에셋증권사건에서 형성된 판례법 리가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에도 적용된다 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도,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루 어지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하여 상대방 투자중개 업자나 그 위탁자가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했 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파생상품시장에서 가격 이 결정되고 계약이 체결되는 방식, 당시의 시장 상 황이나 거래관행, 거래량, 관련 당사자 사이의 구체 적인 거래형태와 호가 제출의 선후 등을 종합적으 로 고려하여야 하고,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 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 로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굵은 글씨는 필자)고 판시하여 원고의 착오취 소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미래에셋증권사건에서는 상대방이 표 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더라도 표의자는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실제로 해당 사건에서 착오취소를 긍정하였으나, 한맥증권사건에서는 단순히 표의자가 제출한 호가 가 당시 시장가격에 비추어 이례적이라는 사정만으 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고의 착오취소 주장 을 배척하였다. 한맥증권사건에서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피고 (상대방)는 위 매매거래 중 상당 부분에 대하여 파 생상품시장 개장 전에 호가를 제출”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착오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한 것 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알고리즘 거래의 기술적 특성을 정확히 반 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알고리즘 거래에서는 상대방의 주문은 사전에 미 리 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착오를 알고 04 알고리즘 거래에서 착오취소의 판단기준 한편, 이 소송과 별개로 한국거래소는 C캐피탈에 대한 결제금액을 대신 지급한 후 한맥증권에 대하여 구상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한맥증권은 반소로서 한국 거래소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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