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회생·파산이 가능할까요?” 신성록(가명) 씨가 나의 사무실을 찾은 건, 새로 들 인 가구의 페인트 냄새가 채 가시기도 전인 개업 초기 였다. “무… 물론… 가능합니다.”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 말았지만 그 당시 내가 회생 파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주도코(주 식, 도박, 코인)가 채무의 주된 원인이라면 파산이 안 된다’, ‘회생은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한다’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회생파산을 공부한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채무액이 얼마입니까?”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나는 최대한 정제된 문어체 로 질문을 했다. 하지만 그런 어투가 오히려 신성록 씨의 의구심을 키웠는지 신성록 씨의 입에서 작은 탄 식이 한숨처럼 새어 나왔다. “법무사님, 가능한 거 맞죠?” 의심이 가득 찬 신성록 씨의 질문에 심장이 나대 기 시작했다. 멀리 봄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이 눈앞이 아득해졌다. 흔들리는 동공을 감추기 위 해 얼른 탁자 위에 놓인 볼펜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은 어떤 단어도 적을 수 없었 다. ‘그래, 이렇게 빨리 개업하는 것이 아니었어!’ 때늦은 자책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아직 새것 티를 벗어내지 못한 가구들이 “나는 초보랍니다”라고 나 대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은….”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입 을 떼었다. “수임료는 ○○○만 원이에요.” 이럴 수가! 나의 입이 뇌의 통제를 따르지 않았다. 이게 아닌데… 난 아직 합격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초보라고 얘기를 해야지. 그래도 일을 맡기겠냐고 양 해를 구해야지…!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면 진행해 주세요.” 앗! 내가 바란 건 이런 반응이 아닌데… 비싸다고 더 알아보고 오겠다고 하고, 그냥 가야 하는데…. 예 상을 벗어난 신성록 씨의 반응. 나의 입이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때 나의 머릿 속은 설익은 법률 용어들이 폭죽처럼 폭발하고 있었 으므로…. 임홍지 법무사(서울북부회) “법무사님, 회생·파산사건 가능한 거 맞죠?” 우당탕탕, 첫 개인파산 사건 해결기 나의 사건수임기 생초보 법무사, 얼떨결에 첫 사건 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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