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6월호

57 2026. 6. June Vol. 708 신성록 씨가 돌아가고 난 후 미쳐 날뛰던 내 머리는 밤하늘처럼 깜깜해졌다. 기운이 쭉 빠져 의자에 멋대 로 몸을 널어놓은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건 시나리오야. 줄거리를 생각해 보자.’ 정신을 가다듬고 신성록 씨의 인생이야기를 하나씩 소환하기 시작했다. 1967년생, 이제 곧 60이 되는 신 성록 씨의 인생이야기는 채무자로서는 평범했고, 한 사람의 인생으로서는 가여웠다. 신성록 씨의 아버지는 장애인이었고, 태어날 때부 터 그의 집은 가난했다. 제대로 된 돈벌이도 하지 않 은 채 매일 술에 기대 세상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보 내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이일 저일 해 가며 겨 우 살림을 유지해 나갔다. 집안이 어려운 탓에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 군대 에 다녀오자마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부 인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지만 기술도 없고 학벌도 없 는 신성록 씨는 늘 겉돌기만 할 뿐, 승진의 중심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아이에게 가난을 대물림하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다. 모아둔 돈과 주변에서 돈을 조금 빌려 부푼 꿈을 가지고 당구장을 시작했다. 그런 데 IMF사태가 터졌다. 희망으로 반짝였던 당구장은 순식간에 빚 덩어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당구장을 그만둔 신성록 씨가 갈 곳은 없었다. 아이 는 오뉴월 풀 자라듯이 돌아서면 쑥쑥 커갔지만, 생활 비도 제대로 가져다주지 못하는 날들이 지속됐다. 그 대로 지낼 수는 없어서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옮기고, 그 보증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어머니와 함께 분식점 을 시작했다. 다행히 어머니 음식솜씨가 좋아 처음엔 그럭저럭 운영이 되는 듯했다. 빌렸던 돈도 갚고 생활도 안정되 는 듯했다. 하지만 분식점이 잘 된다는 소문이 돌자 주변에 프랜차이즈 분식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량구매 및 본사의 지원을 받는 프랜차이즈 분식 점과 경쟁하려니, 매출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장사는 해야 했기에 카드로 재료를 사고, 이 카드로 저 카드를 돌려막는 일명 ‘카드 돌려막기’가 시작되었고, 카드론을 받아 메꾸다 모든 신용이 바닥 을 쳤을 때 장사를 접었다. 살고 있던 집 보증금마저 빼서 이율이 비싼 대출금을 갚았지만, 남은 대출금만 3천만 원이 넘었다. 보증금을 빼고 나니 가족들이 갈 곳이 없었다. 아들 과 아내는 처갓집으로 들어갔고, 신성록 씨는 고시원 을 전전하며 배달일, 주유일, 있는 대로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아르바이트 수입으로는 이자를 메꾸기도 빠듯했다. 그렇게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찾아오는 빚쟁이들을 피해 다니다 보니 일정한 주소지를 둘 수 없었고, 주 민등록이 말소되면서 그렇게 신성록 씨는 사회로부 터 밀려났다. “아들이 아빠란 소리를 잘 안 해요. 어색하겠죠. 말 문이 트일 무렵부터 떨어져 살았으니까….” 살아 있되 유령처럼 살길 강요받은 인생을 담담하 게 얘기하던 신성록 씨의 눈빛이 심연처럼 깊어졌다. 그런데 뭐부터 하지?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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