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6월호

59 2026. 6. June Vol. 708 마는 물론 뉴스도, 음악도 듣지 않았다(어느 날인가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를 듣고 그대로 주저앉아 펑펑 울었던 것 빼놓고는). 그렇다 보니 소장이 아닌, 인생에 대한 글을 진솔하 게 써 내려간다는 것이 법무사시험 공부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갑자기 무슨 얘기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 만, 그때 ‘채무에 이르게 된 경위’는 내게 그런 무게감 으로 다가왔다. 한 사람이 왜 채무를 질 수밖에 없었는지, 또 사회는 남은 그의 인생에 왜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남겨진 미래까지 전 인생 을 오롯이 녹여내야 한다. 이런 글은 그럴듯한 스토리 와 현란한 말재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명과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삐끗 발을 잘못 디 뎌 사회에서 삭제되었던 한 사람이 느꼈을 외로움과 좌절, 두려움과 고통, 그렇다고 온전히 외면하며 살 수도, 떨쳐 버릴 수도 없었던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또, 그 밖에 관계 속에서 느꼈을 무게와 자책을 모두 채무경위서에 녹여내야 했다. 그래야 판사님과 파산관재인을 설득시키고, 또 채 권자들을 단념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부담감이 어깨 를 짓눌렀다. 며칠 밤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수임료를 어마어마하게 불러서 그때 신성록 씨를 돌려보냈어야 했나?’ 채무에 이르게 된 경위서를 쓰면서 느낀 부담감에 비한다면 절차를 몰라 느꼈던 막막함은 솜사탕처럼 가 벼운 것이었다. 썼다 지웠다를 수십 번 반복한 끝에 완 성된 경위서를 신성록 씨에게 보냈다. 마음에 안 들거 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말해 달라는 말과 함께. “없습니다.” 경위서를 본 신성록 씨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내 심 서운했다. 몇 날 며칠을 나름 깊게 고민하고 쓴 글 인데, 그에 비해 돌아온 대답은 너무 성의가 없었다. 허탈했고 화도 조금 났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평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을 위 해 글을 썼으니 목적을 달성하면 그뿐,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건 파산을 성공시키는 것이 었다. 서류를 정리해 전자소송포털 사이트로 들어갔다. 당사자 입력과 대리인 입력을 누르고, 서류를 하나하 나 업로드했다. 그렇게 의뢰받은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법원에 접수를 끝낼 수 있었다. 몇 번의 보정이 날 줄 알았는데 예납금을 내라는 보 정만 나왔다. 처음에 납부하는 송달료만 내면 끝인 줄 알았는데, 40만 원의 예납금을 내란다. 돈이 또 들어간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 았다. 이 또한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허점이다. 알았 더라면 의뢰인에게 미리 설명해 드렸을 텐데. 다행히 신성록 씨는 큰 저항 없이 예납금을 납입했다. 그리고 얼마 후 기일이 잡혔고, 파산선고가 내려졌 다. 나는 만세를 불렀다. 왜냐하면 그때는 파산 선고 만 받으면 모든 것이 다 끝나는 건 줄 알았으니까.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채무경위서를 쓰는 일은 절차를 모르는 막 막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 사람의 전 인생을 오롯이 녹여내야 한다는 무게에 며칠 밤을 뒤척 였다. 파산 직전에는 부인에게 통장 내역을 요구 해야 한다는 사실에 의뢰인이 포기 선언을 하기 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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