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6월호

60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신성록 씨에게 전화해 “파산 이 결정되었다”고, “이제 다 끝났다”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의 행복한 착각은 얼마 가지 않 아 산산조각이 났다. “법무사님, 이제부터 시작이라던데요?” 파산선고 기일에 참석하여 교육을 받고 온 신성록 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파산의 진짜 목적은 파산선고가 아니 라 면책을 받기 위한 일이다. ‘근데 왜 파산이라고 부 르는 거야, 면책이라고 불러야지.’ 민망해지는 마음에 괜히 심통을 부렸다. 파산선고가 내려지고 파산관재인이 정해진 후, 실 질적인 보정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이미 200장이 넘는 서류를 냈음에도 불고하고 또 서류를 요청받았 다. 신성록 씨의 경우 증명해야 할 재산도 없고 통장 거래 내역도 없으니 그냥 우기면 될 줄 알았는데, 파 산관재인은 지난 1년 동안 핸드폰 요금을 낸 금융기 관의 내역서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했다. “저, 파산 그만둘래요.” 갑자기 신성록 씨가 전화로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고지가 코앞인데 왜 여기 서 그만둬요?” 그는 이유는 말하지 않고 이번엔 그만두고 다음에 다시 하고 싶다고만 했다. 겨우 설득하여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부인 때문이었다. 그의 부인은 현재 다른 사람과 살고 있었다. 법적으 로는 아직 신성록 씨와 부부 사이였지만, 다른 남자와 살고 있는 자신의 부인에게 신성록 씨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부인이 적선하듯이 만들어 준 통장 과 현금카드로 간신히 금융생활을 해왔던 신성록 씨 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부인에게 통장 거래 내역서까지 내놓으라는 말이 면책을 못 받는 것 보다 싫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살았는데, 몇 년 더 이렇게 산 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겠어요? 동생한테 부탁해서 통장을 다시 만들든지….” 신성록 씨의 목소리는 벌써 파산절차를 취소한 듯 했다. “안 돼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요. 직접 말하기 어려우면 제가 부인분께 부탁드려 볼게요.” 버티는 신성록 씨를 겨우겨우 설득해 부인 전화번 호를 알아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부인의 반응은 날카로웠다. 부인의 신세한탄을 한 시간이나 들은 후 에야 겨우 거래내역을 발급해 주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얻은 거래내역서를 파산관재인 사무실에 보 내 놓고, 의견청취 기일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이 사건의 파산선고를 폐지한다.’ 결정문을 보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왜 파산을 폐지하는 거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신성록 씨 한테 뭐라고 하지? 수만 가지 걱정이 몰려왔다. 모든 게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울먹이며 동기 법무사님께 전화를 했다. “법무사님, 제가 뭘 잘못했나 봐요. 파산선고가 폐 지됐어요.”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말씀을 드렸더니, “그거 좋 은 건데? 축하드려요. 면책되려면 먼저 파산 폐지를 해야 돼요. 첫 수임치고는 빨리 처리하셨네요.” “네? 진짜요?” 얼떨떨했다. 이번엔 진짜 눈물이 나왔다. 그동안 지 겹게 서류를 준비하고 가슴을 졸여가며 결과를 기다 리고, 기일마다 긴장감으로 보냈던 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다. 동기 법무사님과 통화를 끝내고 나대는 심장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신성록 씨에게 전화를 했다. 면책 사 실을 들은 수화기 너머의 신성록 씨는 한동안 말이 없 었다. “법무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한참 만에야 신성록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봐요, 제가 된다고 했죠? 그때 포기했으면 어쩔 ‘파산선고 폐지’에 울다가 ‘면책 결정’에 웃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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