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2026. 6. June Vol. 708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는 말도 재미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인데, ‘회(膾)’는 날생선 이나 날고기, ‘자(炙)’는 구운 고기를 뜻한다. 날것과 구운 것, 즉 누구나 즐기는 음식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이니, 이 표현은 행동이나 행실이 좋 은 경우에 쓰는 것이 옳다. 나쁜 일로 남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따로 ‘구 설(口舌)’이라고 한다. 시비하거나 헐뜯는다는 뜻이 다. ‘구설수(口舌數)’는 그러한 구설에 휘말릴 운수 (運數)를 뜻한다. 좋지 않게 남의 얘깃거리가 될 때는 ‘구설에 오르다’, ‘구설에 휘말리다’로, 구설수는 ‘있 다, 없다, 들었다’로 쓰면 되겠다. 무언가에 밤낮으로 오래 매달리는 경우를 두고 ‘주 구장창’이라고들 하는데, 이는 비표준어로 ‘주야장천 (晝夜長川)’이 옳은 표현이다. 낮과 밤, 긴 강물처럼 쉬지 않고 이어진다는 뜻이니, 뜻풀이만으로도 그 말 의 결이 느껴진다. ‘주야장천’을 보면 나는 늘 영화 한 편이 떠오른 다.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연한 「천장지구(天長地久)」 다. 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천약유정(天若有情, A Moment Of Romance)’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서 이미 있던 말, ‘천장지구’로 번안된 것이다. 원래 이 말의 출전(出典)은 『도덕경(道德經)』 제7 장으로, ‘하늘과 땅은 사사로움이 없기에 장구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영 화 제목으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싶다. ‘불편부당(不偏不黨)’은 ‘불편(不便, 편하지 않음)’ 과 ‘부당(不當, 공정하지 않음)’을 합친 말이 아니다. 한자를 풀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편(偏)’은 치우친다 는 뜻이고, ‘당(黨)’은 무리 또는 당파를 뜻한다. 그러니 불편부당이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 고 당파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공정하고 중립 적인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상에서 쓰는 ‘불편 (不便)’이나 ‘부당(不當)’과는 한자도 뜻도 전혀 다르 다. 채용 심사에서 비리나 부정 없이 공평하게 면접을 진행했다면, 그것은 ‘불편부당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불편부당하게 처리한 것’이다. 뜻을 거꾸로 알고 쓰면 하고자 하는 말이 정반대가 되어 버리니 주의해야 할 표현이다. 5월은 기념일이 많다. 5·18 광주민주화항쟁도 그렇 고, 4월의 4·19 민주화운동도 그렇다. 그런데 이런 역 사적인 날을 표기할 때마다 참 유감이 생긴다. 한글 프로그램을 쓰는 분들은 무슨 뜻인지 잘 알 것이다. 날짜 사이에 가운뎃점(·)을 넣으려면 매번 ‘Ctrl+F10’을 눌러야 한다. 날짜 표기는 월과 일 대신 마침표를 하나씩 찍으면 족하다. ‘5. 17.’처럼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왜 굳이 가 운뎃점을 써야 하는지, 일(日)을 대신하는 뒤의 점은 왜 생략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무엇보다 국제 표준 키보드에서 가운뎃점은 선택 하기 어려운 부호다. 인터넷등기소에서도 그런 특수 문자는 입력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등기 예규에서 “4·19로”라는 도로명을 예시로 드는 것은 실무와 동 떨어진 이야기다. 10월만 되면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스레 외치지만, 정작 우리글의 표기 방식에 대해서는 국어학자들은 물론 행정당국에서도 좀 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 지 않나 싶다. 불편부당(不偏不黨), 불편하고 부당하다? ‘주구장창’은 비표준어, ‘주야장천’이 바른 표기 날짜 표기에 관한 유감(遺憾)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슬기로운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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