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2026. 8. August Vol. 710 성동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 1층 법무사 사무실. ‘호수 법무사’라는 간판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러나 고개를 내밀어 빼꼼 히 들여다본 사무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인기척을 찾아 건물 뒤편으로 조금 걸어가니 유난 히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건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 최근 이사를 한 권승미 법무사(서울동부회) 의 사무실이 있었다. 방긋 웃으며 필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권 법무사는, 10년 경력의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법무사로 변신 해 올해로 10년 차가 된 베테랑 법무사다. 그녀는 패 션 스타일리스트 출신답게 과하지 않으면서도 단정 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사무실 역시 군 데군데 세련된 미감이 돋보였다. 필자는 얼마 내리지 도 않는 비에 무릎까지 오는 긴 장화를 신은 것이 괜 스레 요란스레 보여 조금 머쓱했다. ‘평생직업’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로, 한 번에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N잡러’부터 생애 주기별로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법무사’로의 전 환은 얼핏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약 10년 동안 스타일리스트로 지냈어요. 광고, 드 라마, 화보 촬영 등에서 배우와 모델들의 의상과 스 타일링을 담당했습니다. 평소에 옷에 관심도 많고 꾸 미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며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 에 스타일리스트를 시작했죠.” 옷을 잘 입고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배우와 모델들의 스타일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스타일리스트는 법무사처럼 시험이나 자격증 으로 전문성을 입증하기보다는, 스타일링의 결과물 이 직관적으로 아름답다고 느껴져야 하기 때문에 타 고난 미감이 있어야 할 터. “솔직히 말씀드리면,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자주 듣긴 했습니다. 아무래도 키가 크다 보니 평범하게 입어도 잘 입어 보이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신장이 173cm임에도 옷을 잘 입는다는 소리를 좀 처럼 들어보지 못한 필자는, 그녀의 겸손한 답변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저에게 스타일리스트로의 10년은, 새벽부터 밤늦 게까지 촬영장을 뛰어다니며 치열하게 일했던 시간 의 연속이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일하며 얻는 기쁨과 짜릿 함도 있었고요. 특히 잡지 광고 촬영을 할 때는 수십 벌의 옷과 신발, 다양한 액세서리를 가지고 다양하게 조합을 하거든요. 그러다 제가 생각해도 최고의 조합을 찾았을 때 정 말 짜릿했어요. 예를 들어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었 을 때는 감흥이 없었는데 신발에 얹었을 때 의외로 최고의 조합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다양한 조합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굉 장히 재밌고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스타일리스트로서 지내온 기간 동안의 즐거웠던 경험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권 법무사는 잠시 그 시 절로 돌아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즐거 웠던 점과 별개로 강산도 변한다는 기간 동안 한 직 업을 가지면서 배운 점도 있을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는 장소, 시간 가리지 않고 촬영과 스타일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일을 할 수 있어야 합 니다. 그래서 꽤 긴 시간 동안 차례를 기다리는 일들 이 많았어요. 이때 사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누군가를 빛내기 위해 골몰하고, 그 사람이 가장 빛날 순간을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과정에서 권 법 무사는 자신이 빛낼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관 찰하는 법과 자신이 필요한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인내를 배웠다. 이때 익힌 관찰력과 인내심은 스타일 법무사가 사는 법 법무사 시시각각 뒤에서 사람을 빛나게 해주던, 패션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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