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2233-4688 vol. 710 2026.8
02 발행인 이강천 편집인 배종국 편집주간 김정준 편집위원 강신기, 권중화, 김여원, 김지안, 김천규, 박윤숙, 박재승 박찬계, 서영준, 이경록, 장태헌, 전재우, 한응도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상우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인 2026년 8월 5일 통권 제710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레디투워크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3 2026. 8. August Vol. 710 『법무사』 2026. 8월호
04 2026. 08 August vol. 710 CONTENTS 08 10 - 열심히 살아보자, 재능을 꽃피우자 - 제8주자 오은철 법무사(서울중앙회) 기획 연재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 한 자영업자 부부의 ‘개인회생 특별면책’ 사건(2024) -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과 실효성을 위한 후속 과제 - 가사, 상업등기, 주택임대차, 민사 분야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2026.7.21.시행) - 이정후 법무사(서울동부회) 법으로 본 세상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주목! 이 법률 법률고민 상담소 새로 시행되는 법령 내가 만난 법무사 -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 ‘뚠뚠이’ 세상 70 76 82 동정 등록 협회는 지금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편집위원회 레터 44 10 14 20 24 28 83
05 2026. 8. August Vol. 710 - 내 인생을 바꾼 한마디 - 공순진 전 동의대 총장님을 추억하며 - 외래어의 오용 및 어원 바로잡기 - 곁에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움을 느낄 때, 「어느 가족」 슬기로운 문화생활 법무사와 차 한 잔 법률가의 바른 글쓰기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 사례를 통해 본 개인회생 특별면책 활용 기준 - 【2026.5.29.선고 2024다208261판결〔유류분반환〕】 등 - 자갈치 아지매의 눈물겨운 ‘개인파산 재신청 사건’ 성공기 - 상황별 대응법 ⑭ - 막말하는 고객에게 휘둘리지 않는 상담법 현장활용 실무지식 개인회생 노&하우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나의 사건 수임기 고객 상담의 기술 Ⅱ 법무사 시시각각 -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소-한국등기법학회, ‘2026 등기법포럼’ 개최 - 2026년 일본 성년후견제도 전면개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 반려동물에 관한 손해배상 하급심 재판례 - AX 시대, 법률전문가의 위기와 기회 - 채권자의 재외국민등록부 등본 발급 근거 부재와 법 개정 방향 - 대법원 ‘부진정등기 피해보상제도 설계’ 세미나 개최 - 법원·검찰·법제처, ‘AI 도입’ 속도전 - 10년 경력 패션 스타일리스트에서 10년 차 법무사로, 권승미 법무사 현장 리포트 이슈와 쟁점 발언과 제언 뉴스 투데이 법무사가 사는 법 68 71 48 50 54 60 06 30 38 42 44 64 66 68
06 ON-SITE REPORT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소-한국등기법학회, ‘2026 등기법포럼’ 개최 선박등기 · 공동소유 · 전자계약까지, 등기실무 3대 쟁점 토론 현장 리포트 총유소유 부동산, 등기부에 '총유' 명칭 기재해야 06
07 2026. 8. August Vol. 710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소(소장 김인엽)와 한국등기법학회(회장 권오복)가 공동 주최한 “2026년도 등기법포 럼”이 지난 7.10.(금) 14:00~17:30, 서울 논현동 법무사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등기실무상 제기되는 몇 가지 분야의 쟁점과 개선방안’을 대주제로 선박등기, 부동산 공동소유, 부동산전자계약 이라는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주제를 한자리에 모아 이론과 실무 사이의 간극을 좁 히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제1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진하 등기관(대전지방법원)은 올해 발효된 「선박경매 의 국제적 효력에 관한 UN협약」(베이징협약)의 국내 이행 방안을 짚었다. 이 등기 관은 한국의 선박등기부·선박원부 이원 공시체계에서는 외국 사법매각의 효력이 인정되더라도 그 결과가 장부에 반영되지 않으면 공시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예고등기 제도 정비와 협약형 사법매각의 국내 등기원인화, 매수인의 직접 신청 구조 마련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제2주제에서는 이형구 전북지방법무사회장이 공유·합유·총유 등 공동 소유 형태별 등기부 기재 실태를 살폈다. 이 회장은 공유와 합유는 등기부에 그 형태가 각각 표시되는 반면, 총유는 별도 표시가 없어 실체관계를 충분히 공시하 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합유물 관리 행위 및 총유물 보존 행위에 관한 법률 규정의 불비를 문제로 짚었다. 제3주제 발표자인 박세창 교수(중부대학교)는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전자계약 시스템(IRTS)과 대법원 모바일등기시스템 간 연계 문제를 다루었다. 박 교수는 두 시스템 간 데이터 동기화 지연과 포맷 불일치, 인증 충돌 등 기술적 문제를 지적 하며, 실시간 데이터 연계체계(ESB) 구축과 정부 표준 부동산 데이터 스키마 제정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한편, 각 주제에는 김형진 사무관(부산지방법원), 이종구 사무관(사법연수원), 정정훈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전문위원)가 지정토론자로 참여해 실무적 관점에 서 발표 내용을 보완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끌었다. 이날 포럼은 김동옥 한국등기법학회 총무이사의 총괄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권 오복 학회장과 김인엽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소장의 개회사에 이어 김태창 법 원행정처 행정관리실장, 이강천 대한법무사협회장, 이기걸 한국등기법학회 이사 장의 축사가 이어졌다. 종합토론 및 토론 사회는 권오복 학회장이 맡았다. 현장 리포트 법무사 시시각각
08 고인이 생전에 렌트한 차량이 있었다. 상속한정승인심 판청구를 위해 서류들을 보다가 부동산에 가압류한 채권 자가 렌트회사인 걸 알게 되었다. 의뢰인에게 렌트회사에 연락해서 채무확인서 등 발급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렌 트회사뿐 아니라 카드회사, 은행 등 이곳저곳에 발급받을 서류는 많았다. 화물트럭 운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의뢰인은 하차 업 무가 끝나는 대로 상담원 연결을 시도했다. 처음엔 상담원 연결 방법조차 몰라 눌러야 하는 번호를 순서대로 알려드 려야 했다. 그렇게 받아낸 서류들이 한 장 두 장 모였다. 이분의 케이스는 조금 특별했는데, 모두 말하기는 어 렵고, 요약하자면 채무와 재산이 거의 엇비슷했고 한정승 인 후에는 상속재산파산을 해야 해서 채무가 재산보다는 많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상속인금융거래조회 결과지와 렌트회사 의 부채확인서 상의 채무액에 몇십만 원의 차이가 보여 최 근 기준의 부채확인서를 다시 받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소 극재산 금액을 늘리기 위해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뢰인이 렌트 회사와 몇 번 통화를 한 후 나에게 전화 를 하셨다. 담당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담당자 번호를 알려주셨고, 바로 받아 적었다. 전화를 하니 직원은 외부에 있는 것처럼 들렸고, 바빠 보였다. 부채확인서와 차량인수증 등의 서류가 필요한 상황 임을 설명했더니 준비되는 대로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이제 부터는 본인에게 필요한 서류를 바로 요청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간의 고됨이 사그라들면서 온 세 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내가 화물차를 몰며 틈 날 때마다 전화기를 붙잡기라도 한 것처럼…. 담당직원이 카카오톡 친구로 자동 등록되면서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문구를 보았다. 왜인지 모르지만 작은 울림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애 를 쓴다. 각자 태도와 방식이 다를 뿐. 당근거래에서 사기 를 당해 그 손해액을 받아내기 위해 영치금 및 예금채권 가압류 상담을 해왔던 청년은 송치결정서를 받아오라는 법 원의 보정명령을 전달하자 직접 경찰서까지 다녀왔었다. 채무자가 소장을 받지 않아 송달되기만을 기다리는 법인 대표님도 계신다. 특별송달이 진행 중인데 생각보다 3차례의 송달이 오래 걸린다. 송달이 되든 송달불능이 되 든 해야 변론기일이 잡히든 공시송달을 진행하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텐데 말이다. 이의신청했던 주채무자는 기 한 내 구체적 이유를 적어 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보 증채무자에게 송달만 되면 간단하게 종결될 사건이다. 채 권자인 대표님은 그저 최선을 다해 시간을 견뎌낸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여럿이 모여 했던 전시가 있었다. 학교 중정 내 어느 장소든 마음에 드는 곳을 각자 차지하고 작업을 했다. 갓 졸업을 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던 학생 들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꽃피우자’고 했던 전시다. 열심히 살아가자는 카톡 상태 메시지, 재능을 꽃피우 자는 전시 제목. 두 개의 문구가 서로 닮은 것처럼 느껴졌 다. 그래서 기운이 난 걸까. 갑자기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열심’, ‘꽃’, 모두 지치지 않기를….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열심히 살아보자, 재능을 꽃피우자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09 2026. 8. August Vol. 710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기획 연재 ⓒ이우연 2026
10 청춘불패: 법무사 릴레이 2030 제8주자 오은철 법무사 ‘전자등기’ 1인자는 바로 나! 신세대 법무사 이야기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는 법무사업계에도 청춘의 열정으 로 열심히 일하는 2030세대 젊은 법무사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매월 한 명 의 젊은 법무사를 소개하며, 그들 의 일과 일상, 취향과 가치관을 위 트 있게 담아냄으로써 신세대 법 무사들의 활약상을 한눈에 보여주 고자 한다. 그 달의 주자가 다음 주 자를 지목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세대를 넘어 지속될 ‘법무사’의 가 치를 전한다. <편집부> <사진> 이성원 포토그래퍼
11 2026. 8. August Vol. 710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법무사의 “길” 6. 현재 주력 업무 분야 & 앞으로 개척하고 싶은 분야 현재는 법인등기, 부동산등기, 명도 소송을 주로 하 고 있으나 앞으로는 회생·파산의 전문가가 되고 싶 습니다. 7. 내 사무소 운영에 별점을 준다면? 칭찬 한 줄, 혹평 한 줄 ★★★★☆(5점 만점에 4점). 처음부터 행동하는 실 무법무사가 되고 싶었기에 모든 걸 내 손으로 해 보 았음. 단, 의뢰인들에게 생략해도 되는 것까지 너무 과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음. 8.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인 이사를 앞둔 한 임차인 분이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로부터 장판·벽지 훼손을 이유로 과도한 손해배상 을 요구받고 있다며 법률상담만 받고 돌아가셨는데, 이후 상담료와 음료수를 보내왔음. “법무사와 상담 했다”는 문자 한 통만 보냈을 뿐인데, 임대인이 바로 무리한 요구를 멈췄다면서. 9. 지금까지 가장 난해했던 사건 원고 측 의뢰로 소장을 작성했던 회사 간 물품대금 에 관한 소송 사건. 판사님이 변론기일에 피고 측에 서 전부 부인을 하니 소송대리인을 선임하라고 했다 며, 사건이 그대로 법무법인으로 넘어갔던 기억. 10. 보통의 하루 일과 사무실 출근 후 의뢰된 사건을 처리하며 하루를 보 냄. 사건이 없어 한가할 때는 노래를 듣거나 부르고, 때로는 스크린 골프를 치기도 함. 일할 때는 시간을 온통 일에만 쏟아붓고, 일이 없으면 그제야 ‘뭐 할 게 없나’ 하고 찾아보는 스타일. “나”라는 법무사 1. 한 줄 자기소개 1987년생(39세), 시험 29기, 2024.5.21. 등록, 서울중 앙회 소속으로 현재 서초 양재 포이사거리 삼호물산빌 딩에서 3년차로 사무실을 운영 중입니다. 2. 서른아홉, 30대 막바지가 되니 가장 달라진 점 아이들이 귀엽더군요. 미혼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3. 늦다면 늦은 30대에 법무사 시험에 도전했던 이유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조직생활에 염증을 느껴 주도 적인 업을 하고 싶었어요. 4. 법무사 업무가 제법 손에 익었다고 느꼈던 순간 법인등기의 경우, 전자등기 절차에 숙련되어 의뢰인 에게 “사무소를 방문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안내하 고, 서류도 이메일·SNS·등기우편 등 비대면으로 처 리해 “효율적이고 편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5. 법무사로 일하며 생긴 독특한 버릇이나 직업 SNS로 연락하는 의뢰인들이 많은데, 업무폰과 개인폰 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쓰다 보니 늘 휴대폰을 확인 하는 직업병이 생겼음.
12 개인의 “취향” 11.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노래 부르기. 노래를 부르면 뭔가 가슴이 후련해지 는 것 같아요. 12. 나의 MBTI 유형 & 이를 반영한 나를 한마디로? ISTP & 만능 재주꾼 13. 일과 무관한 나의 취미 & 즐겨보는 콘텐츠 성경을 꾸준히 읽는 편.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나는 솔로」를 애청하고 있음. 14. 내 유튜브에 올린 노래 영상 중 가장 잘 부른 곡? 아, 제 유튜브 채널을 아시는군요. 나름 구독자 500명이 넘거든요. 유튜브에서 여러 곡을 불렀지 만, 그 중에서도 James Ingram의 「Just Once」를 꼽 겠습니다. 저는 가요보다 팝송을 부를 때 더 꾸밈없 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거든요(웃음). 15. 법무사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내 캐릭터 소개 츤데레. 첫인상은 별로 안 친절한 것 같고 말투도 무뚝뚝하지만, 사건에 대한 열정과 속도만큼은 번개 같은 캐릭터. 16. 나의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3가지 수수료 입금, 소개팅, 록 밴드 17. 최근 나를 위해 플렉스(Flex)한 최고의 아이템 아이패드. 노트북 말고 아이패드는 어떤가 싶어서 한 번 사보았음(웃음). 19. 요즘 가장 공감하는 고민 아무래도 수수료 덤핑 사무실이겠죠. 법무사 이름도 제대로 안 적혀 있어서 여기가 합법적인 사무실이 맞 나 싶은데, 전단지를 보니 수수료가 충격적이더군요. 부먹 짜장면 단골집 점심 운동 테토녀 찍먹 짬뽕 개업집 일 독서 에겐녀 18. 나의 취향 [ ] 스트레스 쌓일 때? ‘노래’를 불러요 왠지 가슴이 후련해지거든요!
13 2026. 8. August Vol. 710 28. 내가 생각하는 법무사업계 한 줄 전망 AI 시대라고는 하지만, 써보니 잘못 산출되는 결과 가 너무 많음. 법무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29. 법무사업계, 이것만은 꼭 바뀌었으면 한다! 다른 전문직에 비해 비싼 등록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30. AI에 대적할 법무사만의 비밀병기가 있다면? AI보다 풍부한 실전 경험과 지혜 31.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달성하고 싶은 계획 다이어트와 금연. 반드시 달성해서 소개팅에 성공하 겠습니다! 32. 다음 릴레이 주자는? 추천사 한마디 29기 동기인 강현선 법무사(서울중앙회). 저와 나이 도 비슷해 또래 동기들과 어울려 재밌게 놀았었는데, 지금은 바빠서 만난 지 오래되었네요. 이 지면을 통 해 다시 보고 싶습니다. 청춘불패 2030 법무사 릴레이 기획 연재 법무사의 “현실” 20. 실제로 체감하는 요즘 법무사 경기 경기가 안 좋은 건 요즘이 아니라 이미 오래된 이야 기죠. 실력으로나 영업적으로나 남들보다 앞서는 자 신만의 장점을 꾸준히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1. “법무사”를 모르는 사람에게 한 줄 소개 다른 법률 전문직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면 모 를 수 있지만, 법무사는 생활법률의 거의 모든 분야 를 알고 있습니다. 22. 스스로 습득한 나만의 노하우 전자등기를 많이 하다 보니 법인등기는 아예 서류 출력이 필요 없는 경지에까지 도달하더군요. 그 덕 분에 사무실 A4 용지도 절감되었습니다. 23. 법무사로서 나를 평가한다면 몇 점? 5점 만점에 4점. 동기들을 보면서 중간 3점 정도는 하자고 생각했는데, 전자등기의 경우는 아마도 제일 잘 알지 않나 싶어 1점을 추가함. 24. 요즘 가장 크게 낙심했던 일 소개팅에서 애프터 신청을 거절당한 일. 소개팅이 애매한 게, 주선자 체면을 생각해 애프터 신청을 해 야만 한다는 부담이 있음. 그렇다 해도 거절의 경험 은 역시 심리적으로 좋지 않음. 25. 법무사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 요즘 노력하고 있는 것 익숙한 업무만 하게 되는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즘은 회생·파산 분야를 열공 중입니다. 26. 3년차 법무사 수입, 솔직히 기대한 것과? 수익에 대해 유튜브에서 직설적으로 공개한 적이 있는데, 후회를 많이 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겠습 니다. 다만, 일한 만큼 벌고 노는 만큼 덜 버는 게 사 업의 이치이고, 전문직의 경우는 사회적 대접을 받 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이점이라 좋 습니다. 27. 법무사로서 이루고 싶은 최대치의 목표 ‘법무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법무사가 되는 것! 새로운 “미래”
14 최병문 법무사(경기중앙회) 법관을 움직이는 힘, 사실과 ‘진정성’ 한 자영업자 부부의 ‘개인회생 특별면책’ 사건(2024) 14
15 2026. 8. August Vol. 710 개인회생 사건을 접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형편 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태생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법무사 일을 시작한 초반에는 넘 치는 열정으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앞장서 찾아가며 의뢰인을 도우려 애를 썼다. 하지만 “법무사님 하시는 대로 따르겠다”며 전적 으로 신뢰를 보이던 의뢰인들도 결과가 좋지 못할 때는 태도가 180도 바뀌곤 했다. “당신이 주도해서 했으니 책임져라”며 날 선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일을 몇 차례 겪다 보니 자연스레 ‘열정이 과했다’는 후회와 함께 ‘내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지 도와줘야 하지?’ 하는 깊은 자괴감이 밀려왔 다.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 어벽을 치게 마련이다. 필자도 그때부터 ‘사실’에만 기반하고, 철저하게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키로 다 짐했었다. 의뢰인의 사정이 딱하긴 해도 과하게 나 서지 않기로 선을 그은 것이다. 사연을 귀담아들어 주되 딱 거기까지만 감정을 주기로. 그런데 지난 2024년, 필자의 이 차가운 다짐을 흔들어 놓은 뜻밖의 사건을 마주했다. 객관적인 사 실 위에 ‘진정성’이 더해졌을 때, 사람의 마음이 어 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한 부부의 이야기 를 지금부터 시작해 볼까 한다. 2024년 2월. 매서운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 을 무렵, 한 50대 초반의 여성(이하 ‘A’)이 필자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 혹시… 개인회생 특별면책도 하시나요?” A는 주저하며 조심스레 물었지만, 필자는 속으 로 의아했다. 특별면책? 그 제도가 얼마나 까다롭고 예외적인 것인지는 알고나 묻는 것일까. 필자는 일 단 A를 상담실로 안내하며 물었다. “그런데 특별면책은 왜 알아보시는 건가요?” 사실 개인회생 특별면책은 법률 이론상으로는 존 재하지만, 실제 실무에서 신청하는 사례는 극히 드 물다. 요건이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도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A 역시 인 터넷이나 주변에서 떠도는 단편적인 정보만 듣고 찾아왔을 것이다. 필자는 속으로 ‘요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바로 상담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펜을 쥐었다. “저와 남편은 둘이서 작은 치킨집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경제적 상황이 나빠져 2019년 6월에 저와 남편 모두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2020년 10월에 변 제계획안 인가 결정을 받았습니다. 2023년 6월까지 는 성실히 빚을 갚아 나갔는데, 최근 남편이 심부전 증상 악화로 쓰러져 현재 의식불명 상태입니다. 저 혼자서 치킨집을 운영하며 변제금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서요.” 필자의 예상과 달리 A의 사연은 매우 무거웠다. 남편(이하 ‘B’)의 변제계획안과 납입증명원을 신속 하게 검토해 보았다. “변제 기간이 39개월이군요?” B의 변제 현황을 계산해 보니, 39개월 중 이미 36개월을 변제한 상태였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변 제예정액 34,626,974원 중 31,963,212원을 납부한 것이었는데,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가게는 문 닫고 남편은 의식불명, “더 이상은 변제가 어렵습니다.” 법으로 본 세상 사실 개인회생 특별면책은 법률 이론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 실무에서 신청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요건이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법원에 서 인용될 가능성도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A 역시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떠도는 단편적인 정보만 듣고 찾아왔을 것이다. 필자는 속으로 ‘요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바로 상담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펜 을 쥐었다.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16 개인회생은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무자가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으로 일 정 기간(36~60개월) 매달 빚을 갚아 재기하도록 돕 는 제도다. 이때 아주 중요한 원칙이 ‘청산가치 보장 원칙’ 인데, 매달 갚는 총 변제금의 가치가 채무자가 현재 가진 재산보다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 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파산 절차를 통해 채무자의 재산을 즉시 매각해 나눠 갖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 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열심히 변제하던 중 도저히 감 당할 수 없는 불행으로 변제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우리 법은 ‘특별면책’이라는 비상구를 열어두고 있 다. 특별면책의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비자발적인 사유. 즉, 사고나 중증의 질 병, 비자발적 실직 등 채무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변제를 완료하지 못했을 때다. 둘째는 청산가치 보 장으로, 이미 납부한 변제금 총액이 채무자의 재산 (청산가치)보다 많을 때, 그리고 셋째는 변제계획 변경이 불가능할 때인데, 채무자의 현재 상황상 변 제계획을 수정해서 계속 갚아 나갈 능력이 되지 않 는 때를 말한다. 남편 B의 상황은 이 세 가지 요건들에 모두 부합 했다. 심부전으로 의식불명이 된 것은 채무자의 책 임 없는 사유임이 명백했고, 이미 납부한 변제금 총 액이 B의 재산 평가액(26,708,121원)보다 컸으며, 현재 건강 상태로 보아 변제금을 낮춰 연장하더라 도 도저히 갚을 처지가 아니었다. 필자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남편분의 특별면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 다. 현재 의식불명 상태를 증명할 진단서를 발급받 아 오시면 곧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A의 변제계획안을 무심코 들여다보던 필 자는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의뢰인님은 남편분과 달리 변제 기간이 60개 월이네요?” “네, 맞습니다.” A는 총 60회차 중 37회차를 납부한 상태였다. 변제 예정액 26,700,525원 중 16,465,185원을 납부 했고, 재산(청산가치)은 14,915,543원으로, 청산가 치 보장 원칙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A님은 조건이 매우 간당간당한 상황이네요. 그 런데 혼자서라도 치킨집을 운영하실 수는 없었나 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배달 대행을 쓰면 채무를 계속 변제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회생을 시작했을 때 저는 다른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고, 치킨집은 남편 혼자 운영했어요. 그러다 남 편의 심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가게 문을 닫아야 했 고, 저도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 니다.” “그래도 생계는 유지해야 하셨을 텐데, 소득이 아예 없으신가요?” “지금은 시아주버님이 아주 조금씩 생활비를 도 와주고 있어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배우자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 만, 처한 사정을 최대한 재판부에 상세히 소명하는 방향으로 준비해 보겠습니다.” 필자는 그렇게 그 까다롭고 드물다는 특별면책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다. 2024년 3월 초, A와 B에 대한 특별면책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자, 접수계 직원조차 “실무를 하면서 특별면책 신청서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특별면책 절차에서는 송달된 신청서에 대해 채 권자들에게 이의 여부를 묻는 ‘의견청취서’를 발송 한다. 여기에 약 3개월이 소요되었고, 이후 다시 두 달간의 심사를 거쳐 마침내 8월 중순, 남편 B에게 특별면책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아내 A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 정이 없었다. 오히려 채권자 측에서 ‘개인회생 폐지 남편은 특별면책 결정, 의뢰인은 통지도 없이 기각?
17 2026. 8. August Vol. 710 및 입금요청서’를 제출했다는 송달이 들어왔다. 불 길한 예감에 즉시 법원에 전화를 걸었다. “A 씨 사건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아, A 채무자는 이미 지난 4월에 불허가 결정이 났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지도 못하는 새 불허가 결정 이라니! “예? 불허가요? 그렇다면 대리인이나 채무자에 게 기각 통지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유가 뭡니까?” “회생위원 의견서가 등록되어 있으니 열람 신청 해서 확인해 보세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당황스러웠다. 법리 해석을 잘못한 것인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다급히 법원으로 달려가 회생위원의 의견서를 열람했다. 의견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법원이 이러한 의구심을 가 졌다면 소명할 기회(보정 권고)를 단 한 번이라도 주었어야 마땅했다. 그런데 A는 왜 내게 이러한 세 부적인 가정사나 보험금 문제를 미리 말해주지 않았 을까. A에게도 서운함과 당혹감이 밀려왔다. 필자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즉시 A에게 전화 를 걸었다. “A님, 특별면책 신청이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에 서는 다 자란 성인 아들이 있으니 교대로 간병하면 일할 수 있지 않냐고 합니다. 그리고 남편분 보험금 으로 얼마나 받으셨기에 법원에서 병원비 처리가 가능하다는 소리를 하나요? 왜 제게 미리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다그치듯 묻는 내 말에 당황한 듯 떨리는 A의 목 소리가 눈물 섞인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다. “법무사님… 그 아들은 제 친아들이 아닙니다. 저는 초혼이었고 결혼할 당시 남편에게 14살 된 아 들이 있었어요. 제 자식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키웠지만, 사춘기를 지나며 갈등이 심해져 결국 고 등학교 졸업 후 가출했습니다. 지금은 연락조차 닿 지 않아요.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맬 때 도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은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 와 어떻게 교대 간병을 하나요?” 법으로 본 세상 항의로 얻어낸 재신청, 숨겨진 진실을 밝히다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 회생위원 의견서 1. 요건 충족 여부 · 채무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 : 불인정 · 청산가치 보장의 원칙 : 인정 · 변제계획 변경 불가능성 : 불인정 2. 기타 불허가 사유 ① 월 변제금이 상대적으로 낮음. ② 성인 자녀(아들)가 있으므로 교대로 병 간호가 가능해 채무자가 구직 활동을 할 수 있음. ③ 배우자 명의의 보험금이 지급되었을 것 이므로, 이를 통해 심근경색 병원비 처리가 가능함. 그러나 기대했던 아내 A에 대해서는 아무 런 결정이 없었다. 오히려 채권자 측에서 ‘개 인회생 폐지 및 입금요청서’를 제출했다는 송 달이 들어왔다. 불길한 예감에 즉시 법원에 전 화를 걸었다. 4월에 이미 불허가 결정이 났다 는 말에 법리 해석을 잘못한 것인지 스스로를 의심하며 다급히 법원으로 달려가 회생위원의 의견서를 열람했다. 의견서의 내용은 충격적 이었다.
18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A 는 남편의 보험금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명했다. “남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실려가 심정지 치료 를 받았어요. 가입했던 보험 약관에 ‘최초 1회에 한 해 지급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남편은 해당이 안 된다고 해서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실손 의료비 와 수술비 담보만 겨우 보장받아 병원비 일부를 메 웠을 뿐이에요.”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상황에 처한 채무자에 게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서류상의 ‘가족관계 증명서’와 ‘보험 가입 이력’만 보고 펜을 굴린 법원 의 행정에 화가 났다. 필자는 즉시 관련 법규, 대법원 판례, 그리고 서 적들을 찾아본 후 법원 회생위원실로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면책 불허가 결정이 났다면 최소한 송달이라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회생위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불허가 사항은 일반적으로 따로 통지하지 않습 니다.1” 필자도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회생위원이 지 적한 기타 사유들을 하나하나 반박해 나갔다. “법 제624조 제4항에 따르면 면책결정은 공고하 되 송달을 생략할 수 있지만, 면책불허가 결정은 성 질상 공고하지 않고 반드시 채무자에게 송달해야 합니다. 또한 면책불허가 결정은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는 처분인데, 송달도 해주지 않으면 채무자는 어떻게 불복 절차를 밟으라는 겁니까? 그리고 기타 의문점에 대해 보정명령이라도 한 번 주셨다면 충 분히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회생위원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소명 자료를 제대로 갖춰서 다시 한 번 특별면책을 신청해 보세요.” 희망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는 순간이었다. 2024년 9월 말, 필자는 회생위원이 불허 의견으 로 제기했던 모든 항목에 대해 샅샅이 자료를 모으 고 현장감 있는 서술을 덧붙여 무려 5페이지에 달하 는 탄원 형식의 재신청서를 작성했다. 핵심 요지는 아래와 같았다. 사실과 간절함을 절묘하게 담은 재신청서, 기적 같은 면책 결정 “… 법원은 월 변제금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하나, 이는 지극히 자의적인 판단입니다. 배우자의 병간호로 인해 소득이 전무할 뿐만 아 니라 당장의 생활비와 치료비조차 마련하기 어 려운 채무자에게 단 몇십만 원의 변제금이라도 이는 사형선고와 다름없습니다. 현재 채무자는 시아주버님의 미미한 원조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습니다(첨부: 가족관계증명 서 및 예금거래내역서). 또한, 성인 아들과 교대 간병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현실과 무참히 동떨어져 있습니 다. 초혼인 채무자가 중학생이던 남편의 아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폈으나, 성인이 된 후 가출하여 생사가 오가는 아버지의 중환자실 문턱조차 밟 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로 등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간병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행정입니다(첨부: 가족관계증명서). 아울러, 배우자의 보험사는 약관의 허점을 이용하여 암울하게도 고액의 진단비 지급을 거 절하였고, 실손의료비로 지출한 병원비 일부만 보전 받았을 뿐입니다(첨부: 보험사 약관 및 보 험계약 상태확인서). 더구나 아내인 채무자 본인 또한 최근 심각 한 건강 손상으로 향후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법 제624조 제3항이 ‘불허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가 아닌 ‘불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
19 2026. 8. August Vol. 710 사실과 간절함이 정교하게 맞물린 서면이었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약 두 달이 흐른 시점, 마침내 법원에서 채권자들에게 ‘의견청취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법원이 소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난 2024년 12월 중순, 드 디어 법원으로부터 A에 대한 특별면책 허가 결정 이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법무사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 다.” 수화기 너머 A의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에 10개 월간 맺혀 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사 실 보수만을 따진다면 10개월간 사건에 매달려 재 판부와 싸운다는 것은 경제적 이치에 맞지 않다. 등 기사건 몇 건 더 처리하는 편이 시간 대비 수익 면 에서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필자에게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 바로 ‘직업적 열정의 회복’이라 는 큰 선물을 주었기에 후회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필자의 업무 태도가 마냥 감 상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수많은 채무자 중에는 이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고, 복잡하고 귀찮은 사건을 마주할 때면 회피하 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만, 이제는 도전해 보고 싶은 사건을 맡을 때 의뢰인들에게 다소 무례 해 보일지라도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제게 거짓말만 하지 마십시오. 사소한 불리함이 라도 제가 판단할 테니 마음에 두지 말고 전부 말 씀하셔야 합니다. 숨긴 사실을 법원을 통해 거꾸로 알게 된다면, 저는 돕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습니 다. 그 결과는 오롯이 의뢰인의 책임이 됩니다.” 가끔 법원 절차만 밟으면 모든 채무가 마법처럼 해결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법원은 만능 해결 사가 아니며, 철저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한적인 구제책을 제공할 뿐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법 앞에 모든 진실을 숨김없 이 고백하고 그 안에 ‘진정성’을 담을 때, 그리고 거기에 법률대리인의 ‘열정 한 방울’이 더해진다 면, 어떤 법관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 는다. 신청서를 제출하고 약 두 달이 흐른 시점, 마침 내 법원에서 채권자들에게 ‘의견청취서’를 발송하 기 시작했다. 법원이 소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 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난 2024년 12월 중순, 드디어 법원으로부터 아내 A에 대한 특 별면책 허가 결정이 떨어졌다. 수화기 너머 A의 고 맙다는 인사 한마디에 10개월간 맺혀 있던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열혈 최법의 민생사건부 법으로 본 세상 “제게 거짓말만 하지 마십시오.” 구직을 통한 소득 활동 자체를 기대하기 어렵습 니다(첨부: 채무자 본인의 진단서 및 소견서).”
20 주목 이 법률 ‘안전’, 국가 시혜 아닌 ‘국민 기본권’으로 명문화!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과 실효성을 위한 후속 과제 「생명안전기본법」1은 피해자의 권리 및 약자에 대한 보호 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본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전을 단순히 국가의 시혜적 서비 스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안전권)로 명문화한다는 점이다. 해당 법안의 주요 목적으로는 ①독립적인 사고 조사 체계 구축, ②피해자의 권리 보장 및 참여, ③ 안전약자 보호 및 공동체 회복, ④위험에 대한 알 권리 강화 등이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법안은 다음 과 같은 의의가 있다. 우선 독립된 조사기구의 설치 근거를 마련함으로 써, 그간 반복된 ‘셀프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 고 원인 규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여 실질 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 향한다. 또한, 피해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국가 등에 대한 정보 제공 요청의 근거를 마련하며, 기억·추모, 공 동체 회복에 대하여도 규정함으로써 재난 이후의 치유 과정을 내실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 아울러 신 체적·사회적 여건으로 인하여 위험에 노출되기 쉬 운 안전약자에 대한 특별 보호 체계를 확립함으로 써 누구나 소외되는 일 없이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정책 심의를 위한 ‘생명안전정책 위원회’ 설치 및 안전영향분석평가 도입으로 정책 입안 단계에서부터 안전 가치를 내재화함으로써, 예방 중심의 선제적 안전 거버넌스를 공고히 구축 하려는 의의를 지닌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쟁점은 기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관리법」)의 존재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계적 01 02 배재현 국회입법조사처 행정안전과장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의 위계·중복 문제 정비 방향 「생명안전기본법」의 제정 목적 및 의의 「생명안전기본법」은 지난 2025.3.10. 박주민(더불어민주당)·용혜인(기본소득당)·한창민(사회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의안번호 2208779), 2026.5.7.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심의·가결되어 2026.6.2. 공포되었다. 2027.6.3. 시행될 예정이다. <편집자 주> 1
21 2026. 8. August Vol. 710 충돌이다. 두 법률은 모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 키기 위한 법제도로 ‘기본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다만 재난을 바라보는 철학과 지향점에서는 분명 한 차이가 존재한다. <표 1> 참조 「생명안전기본법」은 기존 ‘행정’ 중심의 안전 체 계를 ‘인권’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니만큼, 보 완이 필요한 규정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재난 안전법」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특정하여 나열 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취하는 반면, 「생명안전기 본법」은 ‘안전사고’2라는 포괄적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기존 재난의 범주를 넘어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모든 사고를 법적 테두리 안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생명안전기본법」상의 ‘안전사고’는 「재난안전법」상 ‘재난’을 포괄함은 물 론, 그 외의 일상적 위험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법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은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이 「생명안전기본법」과 「재난안전법」은 일견 유사한 법률의 병립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생 명안전기본법」은 기존 「재난안전법」이 담지 못했 던 ‘피해자의 권리’, ‘독립적 조사’ 등 국민의 안전 과 국가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두 법안의 관계를 위계의 문제로 풀기보다는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명안전기본법」과 「재난안전법」의 중복 문제는 향후 「재난안전법」에서의 안전관리에 관한 부분을 분리하여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가치나 포 괄적인 부분들은 「생명안전기본법」으로, 재난관리 와 관련된 규정들은 「재난안전법」으로 재편함으로 써 개별 법률(안)의 취지와 목적을 보다 명확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3 구체적으로 「재난안전법」과 중복의 가능성이 있 는 안전사고 등의 규정은 안전사고의 구체적 범위 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여 법률 간의 차별성을 제고하면서 피해자의 권리와 약자 보호라는 인권 적 가치를 구체적인 행정의무로 녹여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정 취지를 달성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 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재난안전법」이 행 정 효율과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신설된 법안 은 피해자의 권리와 인권존중을 현장에서 실현하 고자 한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통하여 지난 영 남산불과 같은 재난 발생 시 노약자를 포함한 ‘안 전약자’ 맞춤형 대피계획이 지자체 재난관리계획 수립 시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인식하는 정부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주목 이 법률 법으로 본 세상 “안전사고”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제1호에 따른 재난을 비롯하여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사고를 말한다(「생명안전 기본법」 제3조제2호). 「생명안전기본법」은 모든 분야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기본법으로 기능하고, 「재난안전법」은 재난이라는 비상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법률로 특화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2 3 구분 재난안전법 생명안전기본법 중심관점 시스템 관리 및 행정대응 (공공 안전망 구축 중심) 인권보호 및 권리 보장 (개별 시민의 안전권 중심) 피해자의 지위 행정적 구호와 지원 대상 회복 및 참여의 주체 사고 조사 주관부처별 체계적 조사 (해당 분야 전문성 기반) 객관적 독립 조사기구 (사회적 신뢰 및 독립성 기반) 안전 의무 법령 준수 및 사후 책임 명확화 예방을 위한 포괄적 의무 부여 추구 가치 사회 기능 유지 및 신속한 복구 근본적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 <표 1> 「재난안전법」과 「생명안전기본법」 비교
22 「생명안전기본법」 제18조에서는 재난사고에 대 한 독립적 조사기구 설치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 부처별로 26여 개의 재난(사 고)조사기구45 가 운영되고 있으나, 대부분 비상 설 기구이며 주관부처 소속으로 운영되어 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 속되어 왔다. 특히 대표적 상설 기구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 원회’의 경우, 그간 국토교통부 소속으로서 정책 집 행 부처와 조사기구가 분리되지 않아 ‘이해충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하여 최근 국회에서는 「항공·철도 사고조 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의안번호 2215414)이 본회의를 통과하였다.6 하지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현재의 개정은 항공·철도 분야에 국한된 것이며, 해양선박 사고, 감염병, 지진, 방사능 사고 등 다른 유형의 재난은 여전히 각 주관부처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기 때문 이다. 재난조사기구 구성의 핵심 쟁점은 조직의 형태보 다 독립성과 전문성의 실효성 확보 여부에 있다. 재 난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는 조사기구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조직을 대통령이나 총리 아래 둔다고 해 서 독립성과 전문성이 강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요 선진국의 사례7처럼, 조사기관을 정책 집행 및 규제 당국으로부터 인사와 예산 양면에서 분리 하여 정치적·행정적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 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조사기관의 독립성은 법령상 명문화된 규정을 넘 어, 실제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 다. 또한, 조사기구의 전문성은 위원들의 역량뿐만 아니라, 실무를 담당하는 조사관 및 사무처 직원의 직무 독립성에서 비롯된다. 재난 조사는 고도의 전 문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사고 조사 기능을 상설화하여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관 리해야 한다. 특히 조사관을 포함한 사무처 인력이 일반직 공 무원처럼 순환보직 형태로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 인력이 장기적으로 복무하며 전문성을 심화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인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야 말로 조사 결과의 질적 수준을 결정짓는 필수 요건 이다. 「생명안전기본법」이 지향하는 ‘통합적이고 독립 적인 조사 체계’는 최근 항공·철도 분야에서 실현 된 독립성 강화 모델을 모든 사회적 참사와 대형 재난으로 보편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개정 「항공·철도 사고조사에 관한 법률」은 「생명안전기본법」이 추구하는 ‘조사 독립성’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선행 사례이자, 이를 전 재난 영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실무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본 법안을 통하여 독립적 조사기구의 법적 토대 를 마련함으로써, 재난 조사가 책임 회피를 위한 통 과의례가 아닌 사회적 신뢰 회복의 과정이 되도록 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안전부, 「국가 재난·사고 조사기구 현황」, 국회입법조사처 제출자료, 2026.1.22. 이 중 상설 재난조사기구는 항공기·철도·지하철사고를 담당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국토교통부 소속)’와 해양선박사고를 담당하는 ‘해양안전심판원(해양 수산부 소속)’ 2개이다. 해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①조사기구를 기존 국토교통부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여 부처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였고, ②국토교통부 실·국장이 상임위원을 겸임하던 제도를 폐지하여, 정책 집행 책임자가 사고 조사를 수행하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였으며, ③위원의 임기 보장과 자격 요건 강화 를 통해 외부 압력을 배제하고 조사의 전문성을 높였다. 한재현, 『국가 사고조사 체계 및 항공기사용사업 비행훈련 관리방안』, 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18, pp.77~80; 배재현, 「국내·외 재난조사기구 현황과 시사점」, 『NARS 입법ㆍ정책』, 국회입법조사처, 2023, pp.40~43. 4 5 6 7 03 독립적 재난조사기구의 실질적 독립성·전문성 확보 방안
23 2026. 8. August Vol. 710 04 피해자 참여권의 구체적 이행 방안 및 향후 실효적 입법 과제 「생명안전기본법」은 피해자의 권리, 국가 및 지 방자치단체의 책무, 지원의 원칙 등 피해자 권리 보 장을 위한 다각적인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재난 피해자를 단순한 ‘보상과 구호의 대상’ 으로 간주해 온 기존 「재난안전법」의 시각에서 탈 피하여, 이들을 ‘진실 규명과 안전 회복의 능동적 주 체’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특히 법 제5조제3항제8호에서 ‘사고 조사 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할 권리’를 명문화한 것은 조사 과정 의 민주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전향적 인 시도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 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보완되어야 한다. 실제 법 집행 현장에서는 전문 지식의 격차로 인 한 참여의 한계, 구조적 원인 규명보다 책임자 처 벌에 치중될 위험성, 그리고 피해자 집단 내부의 의견 불일치 등 현실적인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피해자의 참여가 조사 결과의 객관성 을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참여의 범 위와 방식에 대한 정교한 제도적 설계가 병행되어 야 한다. 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서의 참여권 보장 방식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직접 참여’와 ‘전문가를 통한 대리 참여’를 적절히 구분하고, 조사 기밀을 유지하면서 도 핵심 정보는 공유할 수 있는 세부적인 ‘참여 가 이드라인’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의견을 개 진하고 정보를 제공받는 ‘감시자’이자 ‘조력자’로 서 참여하되, 최종적인 기술 분석과 인과관계 규명 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독립적인 전문 조사 기구 가 주도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정립함으로써 조사 의 객관성과 피해자의 참여권 사이의 실질적인 균 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주목 이 법률 법으로 본 세상 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조사 과정에서의 참여권 보장 방식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직접 참여’와 ‘전문가를 통한 대리 참여’를 적절히 구분하고, 조사 기밀을 유지하면서도 핵심 정보는 공유할 수 있는 세부 적인 ‘참여 가이드라인’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 이다. 「생명안전기본법」 제5조(피해자의 권리) ③ 피해자는 안전사고의 예방·대비·대응·복구 과정에서 다음 각 호를 포함하는 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8. 사고원인 및 국가 등에 의한 안전사고 대응 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그 조사 과정 에 참여를 요구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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