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사건 수임기를 한번 써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 고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 법 무사라는 직업이 정확히 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가방 을 메고 신림동 고시촌을 전전하던 때의 모습이 주마 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법 전공자도 아니었고, 법무사 사무실 문턱조차 밟 아본 적 없었던 평범한 중년의 아줌마. 그저 고향에 서 남은 인생을 보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30년 만에 돌아와 법무사 업을 시작한 지 어느덧 올해로 13년 차가 되었다. 개업하던 때인 2014년, 때마침 강릉지원의 회생· 파산 담당 부서 신설과 맞물려 나는 개인회생·파산 사건을 담당하는 ‘영동지방 여자 법무사 1호’ 타이틀 을 얻게 되었다. 나의 법무사 인생은 늘 제도와 함께 걸어온 셈이다. 초기에는 시험과목에도 없던 개인회생·파산 관련 도서를 딱 한 권 구비해 놓고, “나는 할 수 있다. 안 되는 건 없다”라는 배짱 하나로 사건을 수임하곤 했 다. 그렇게 13년, 오늘은 그동안 수많은 의뢰인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사연들 중 하나를 꺼내어 함께 나 누어 보려 한다. 2021년 여름. 당시는 다른 일반 업무와 함께 개인 회생·파산사건을 병행하며 7년을 일하다 보니, 심신 이 지쳐 가끔은 ‘내가 왜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이 고 생을 해야 하나’ 하는 깊은 회의감이 밀려오곤 했었 다. 그러나 면책 확정 결정을 받아 쥐고 “이제야 발 뻗 고 편히 살 수 있겠다”며 환하게 웃는 의뢰인의 감사 인사에 그간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며 또다시 홀린 듯 새로운 의뢰인을 맞아 상담에 열중했다. 그날도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한눈 에 봐도 피로에 찌든, 아주 고단해 보이는 안색을 한 고령의 여성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기 파산 신청도 알아봐 주는교?” 투박한 경상도 말씨의 서○○ 여사. 노인이라기엔 젊고, 젊다고 하기엔 얼굴에서 깊은 삶의 풍파가 느 껴지는 얼굴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듣게 된 서 여사의 사연은 무척 황 당했다. 친척 조카가 변호사 사무실에 다닌다기에 300만 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2016년 파산 신청을 했는데, 5년이 지난 2021년 2월에서야 겨우 ‘채권자 집회 기일 통지서’를 받고 법원에 참석했다는 것이 다. 조카에게 전화로 상황을 물어봐도 대략적인 얼버 이정림 법무사(강원회) 대리인의 성실의무, 채무자의 삶을 좌우한다 자갈치 아지매의 눈물겨운 ‘개인파산 재신청 사건’ 성공기 나의 사건수임기 “여기 파산 신청도 알아봐 주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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