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고인이 생전에 렌트한 차량이 있었다. 상속한정승인심 판청구를 위해 서류들을 보다가 부동산에 가압류한 채권 자가 렌트회사인 걸 알게 되었다. 의뢰인에게 렌트회사에 연락해서 채무확인서 등 발급을 요청하라고 안내했다. 렌 트회사뿐 아니라 카드회사, 은행 등 이곳저곳에 발급받을 서류는 많았다. 화물트럭 운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의뢰인은 하차 업 무가 끝나는 대로 상담원 연결을 시도했다. 처음엔 상담원 연결 방법조차 몰라 눌러야 하는 번호를 순서대로 알려드 려야 했다. 그렇게 받아낸 서류들이 한 장 두 장 모였다. 이분의 케이스는 조금 특별했는데, 모두 말하기는 어 렵고, 요약하자면 채무와 재산이 거의 엇비슷했고 한정승 인 후에는 상속재산파산을 해야 해서 채무가 재산보다는 많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상속인금융거래조회 결과지와 렌트회사 의 부채확인서 상의 채무액에 몇십만 원의 차이가 보여 최 근 기준의 부채확인서를 다시 받아야 했다. 조금이라도 소 극재산 금액을 늘리기 위해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의뢰인이 렌트 회사와 몇 번 통화를 한 후 나에게 전화 를 하셨다. 담당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별도의 담당자 번호를 알려주셨고, 바로 받아 적었다. 전화를 하니 직원은 외부에 있는 것처럼 들렸고, 바빠 보였다. 부채확인서와 차량인수증 등의 서류가 필요한 상황 임을 설명했더니 준비되는 대로 보내주겠다고 하면서, 이제 부터는 본인에게 필요한 서류를 바로 요청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간의 고됨이 사그라들면서 온 세 상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 내가 화물차를 몰며 틈 날 때마다 전화기를 붙잡기라도 한 것처럼…. 담당직원이 카카오톡 친구로 자동 등록되면서 ‘열심히 살아보자’라는 문구를 보았다. 왜인지 모르지만 작은 울림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애 를 쓴다. 각자 태도와 방식이 다를 뿐. 당근거래에서 사기 를 당해 그 손해액을 받아내기 위해 영치금 및 예금채권 가압류 상담을 해왔던 청년은 송치결정서를 받아오라는 법 원의 보정명령을 전달하자 직접 경찰서까지 다녀왔었다. 채무자가 소장을 받지 않아 송달되기만을 기다리는 법인 대표님도 계신다. 특별송달이 진행 중인데 생각보다 3차례의 송달이 오래 걸린다. 송달이 되든 송달불능이 되 든 해야 변론기일이 잡히든 공시송달을 진행하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텐데 말이다. 이의신청했던 주채무자는 기 한 내 구체적 이유를 적어 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보 증채무자에게 송달만 되면 간단하게 종결될 사건이다. 채 권자인 대표님은 그저 최선을 다해 시간을 견뎌낸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여럿이 모여 했던 전시가 있었다. 학교 중정 내 어느 장소든 마음에 드는 곳을 각자 차지하고 작업을 했다. 갓 졸업을 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던 학생 들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꽃피우자’고 했던 전시다. 열심히 살아가자는 카톡 상태 메시지, 재능을 꽃피우 자는 전시 제목. 두 개의 문구가 서로 닮은 것처럼 느껴졌 다. 그래서 기운이 난 걸까. 갑자기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열심’, ‘꽃’, 모두 지치지 않기를…. 글·그림 이우연 법무사(경기중앙회) 열심히 살아보자, 재능을 꽃피우자 초보 이법의 그림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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