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8월호

68 MOVIE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PRESCRIPTION 곁에 사람이 있는데도 외로움을 느낄 때, 「어느 가족」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일까? 영화평론가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봉 준호(「기생충」)보다 한 해 앞서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이 영화로. 2018년 개봉한 「어느 가족」이다. 국내에서도 팬층이 탄탄한 고레에다는 늘 정상 가족의 반대편에 서 있다. 그는 어딘가 기묘하게 뒤 틀리고 삐걱대는 가족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엄마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아이 들을 그린 「아무도 모른다」(2017), 내 아이가 친자 가 아니란 걸 알게 된 아버지를 통해 부성을 고심하 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등이 대표적이다. 「브로커」(2022)에서는 강동원, 송강호, 아이유 등 한국 배우들과 인연을 맺었고, 최근에는 로봇을 입 양한 가족의 이야기(「상자 속의 양」)를 통해 AI 시대 의 고민을 반영하기도 했다. ‘가족’이라는 익숙한 틀을 이리저리 휘어가며 그 속의 인간을 보려 하는 고레에다는 성실하고 우직한 연출자다. 「어느 가족」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최고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 한 남자와 소년이 등장한 다. ‘오사무(릴리 프랭키 분)’와 ‘쇼타(죠 카이리 분)’. 부자의 즐거운 외출처럼 보이는 이 장면이 당 혹스러운 이유는, 그들이 평온한 얼굴로 물건들을 훔치기 때문이다. 둘은 집에 돌아오며 어둠 속에 홀로 있는 어린 소 녀 ‘유리(사사키 미유 분)’와 마주친다. 이들은 아이 가 안쓰러워 집에 데려와 저녁을 먹인다. 함께 사는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는 아이를 돌려보내려 하지 만, 유리의 부모가 아이를 원망하며 격하게 싸우는 소리를 듣고서 다시 집에 데려온다. 기묘하게 시작 되는 동거. 이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이건 범죄이며 고레 에다 역시 그 사실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어느 가 족」은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가족 속으로 우리를 데려가 그 세계를 경험하게 한 뒤, 우리가 사는 세상 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만든다. 어이없을 정도로 해맑고 평온하게 살아가는 도 둑들(이들은 직업도 있고 생활에 필요한 선에서 훔 친다). 어느 구렁텅이에서 훔쳐온 아이. 이들이 꾸린 신비롭고 화목한 공간. 이곳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 까. 범죄자들의 은신처? 혹은 대안 가정? 고레에다는 ‘버려진 아이는 훔쳐도 된다’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묻는다. 인간에게 진정으 로 필요한 건 무엇이냐고. 아무 관계도 아닌 가족들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홍수정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