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2026. 8. August Vol. 710 이들은 살을 맞대고 살아간다. 함께 먹고 서로를 보살피면서. 날이 좋으면 바닷가에 놀러 가서 물장 구도 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실질은 없지만 여느 가족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곳은 이상하고 아름 다운 세계다. 하지만 동화는 영원하지 않다. 한집에 살던 노파 ‘하츠에(키키 키린 분)’가 사망하자 오사무와 노부요 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다. 쇼타는 자연스레 배웠던 도둑질에 회의를 품기 시작한다. 노인은 죽고 아이 들은 자란다. 비껴갈 수 없는 자연의 법 칙 앞에서, 반칙으로 쌓아 올린 성은 서 서히 허물어진다. 곧 이들은 사회의 냉엄한 얼굴과 마 주한다. 경찰은 묻는다. 이건 유괴 아닌 가요? 아이에게 도둑질을 시키며 양심 의 가책은 없었나요? 이들의 대답은 동 의 여부를 떠나 마음을 뒤흔들고, 더 큰 질문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익숙한 단 어로 포획할 수 없는,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일까. 「어느 가족」은 전형적이지 않은 모 든 관계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가족인 사람들. 의무가 없지만 보살피는 여자. 자기가 아는 것 을 알려주는 남자. 더 가까워질 수 없지 만 놓기 싫은 관계. 어쩌면 우리가 종종 외로운 이유는 정형화된 관계 위에서 답을 찾기 때문 일지도 모른다. 연인이라면 이래야 하 고, 친구라면 저래야 하고, 그 밖의 사 람은 어때야 한다. 그 틀에 맞지 않을 때 우린 실망하고 서로를 밀어내며 스 스로를 외로운 이로 규정짓는다. 그런 우리에게 「어느 가족」은 다른 말을 한다. 관 계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관계의 온기는 형식 이 아니라 살을 맞댄 시간에서 온다고. 인간의 마음 은 종종 틀을 뛰어넘어 다른 인간에게 닿는다고. 어 쩌면 우리는 이미 가족 아닌 가족, 친구 아닌 친구를 두고도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관계의 이름표를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 을 것이다. 나를 먹이고 염려하며 곁을 내주는 이가 있을 테니. 그리고 영화, 혹은 글의 안팎에서 만나는 우리는 서로에게 이미 ‘무엇’이니까. 알 수 없는 사이에서 시작된 「어느 가족」은 그렇 게 관계의 지평을 열어 외로운 인간들을 보듬는 데 성공한다. 이들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 12가지 마음에 건네는 영화 처방전 슬기로운 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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