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8월호

18 그런 사정이 있을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A 는 남편의 보험금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명했다. “남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실려가 심정지 치료 를 받았어요. 가입했던 보험 약관에 ‘최초 1회에 한 해 지급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남편은 해당이 안 된다고 해서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실손 의료비 와 수술비 담보만 겨우 보장받아 병원비 일부를 메 웠을 뿐이에요.”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런 상황에 처한 채무자에 게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서류상의 ‘가족관계 증명서’와 ‘보험 가입 이력’만 보고 펜을 굴린 법원 의 행정에 화가 났다. 필자는 즉시 관련 법규, 대법원 판례, 그리고 서 적들을 찾아본 후 법원 회생위원실로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면책 불허가 결정이 났다면 최소한 송달이라도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회생위원이 덤덤하게 말했다. “불허가 사항은 일반적으로 따로 통지하지 않습 니다.1” 필자도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회생위원이 지 적한 기타 사유들을 하나하나 반박해 나갔다. “법 제624조 제4항에 따르면 면책결정은 공고하 되 송달을 생략할 수 있지만, 면책불허가 결정은 성 질상 공고하지 않고 반드시 채무자에게 송달해야 합니다. 또한 면책불허가 결정은 즉시항고로 다툴 수 있는 처분인데, 송달도 해주지 않으면 채무자는 어떻게 불복 절차를 밟으라는 겁니까? 그리고 기타 의문점에 대해 보정명령이라도 한 번 주셨다면 충 분히 소명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 동안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마침내 회생위원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소명 자료를 제대로 갖춰서 다시 한 번 특별면책을 신청해 보세요.” 희망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는 순간이었다. 2024년 9월 말, 필자는 회생위원이 불허 의견으 로 제기했던 모든 항목에 대해 샅샅이 자료를 모으 고 현장감 있는 서술을 덧붙여 무려 5페이지에 달하 는 탄원 형식의 재신청서를 작성했다. 핵심 요지는 아래와 같았다. 사실과 간절함을 절묘하게 담은 재신청서, 기적 같은 면책 결정 “… 법원은 월 변제금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하나, 이는 지극히 자의적인 판단입니다. 배우자의 병간호로 인해 소득이 전무할 뿐만 아 니라 당장의 생활비와 치료비조차 마련하기 어 려운 채무자에게 단 몇십만 원의 변제금이라도 이는 사형선고와 다름없습니다. 현재 채무자는 시아주버님의 미미한 원조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습니다(첨부: 가족관계증명 서 및 예금거래내역서). 또한, 성인 아들과 교대 간병이 가능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현실과 무참히 동떨어져 있습니 다. 초혼인 채무자가 중학생이던 남편의 아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폈으나, 성인이 된 후 가출하여 생사가 오가는 아버지의 중환자실 문턱조차 밟 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상 자녀로 등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간병 의무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행정입니다(첨부: 가족관계증명서). 아울러, 배우자의 보험사는 약관의 허점을 이용하여 암울하게도 고액의 진단비 지급을 거 절하였고, 실손의료비로 지출한 병원비 일부만 보전 받았을 뿐입니다(첨부: 보험사 약관 및 보 험계약 상태확인서). 더구나 아내인 채무자 본인 또한 최근 심각 한 건강 손상으로 향후 수술이 예정되어 있어, 법 제624조 제3항이 ‘불허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가 아닌 ‘불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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