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8월호

82 편집위원회 레터 지난 6월, 콜롬비아 출신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의 전시회를 다녀왔다. 보통 전시회는 입구에 들어 서는 순간부터 특유의 설렘을 안겨주는데, 이 화가의 그림 앞에서는 설렘보다 먼저 미소가 번진다. 독창적 인 볼륨감과 넉넉함으로 소재를 표현한 화풍과 그림 의 압도적인 크기 때문일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뚱뚱하게 재 해석한 「12살 모나리자」처럼, 특유의 풍성한 화풍으 로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들의 전시회를 굳이 보고 싶 지 않다는 사람도 있지만, 바로 그 맛에 찾는 관람객 도 적지 않다. ‘위고비’ 등 살 빼는 주사까지 맞아가며 날씬하고 가녀린 몸매를 동경하는 요즘 세태를 풍자하듯, 그의 그림은 한껏 몸매를 부풀린다. 그 그림 곁에 서면 누 구든 날씬해 보인다. 보테로가 지금과 같은 풍성한 양감의 화 풍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 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고함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교하고 아름답게 그려진 그 림들 사이에서 상상도 못 한 그림 이 나왔을 때, 미술업계는 크게 당 황하지 않았을까. “도대체 저게 그림인가” 싶었을지도 모른다. 얼굴은 빵빵하고 눈, 코, 입, 손, 발은 조그마한데 살은 있는 대로 부풀어 큰 덩치를 자랑하는 그림 속 발레리나와 루이 14세, 교황, 새, 고양이를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풍성함을 고수하 면서도 독창적이고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래서 화가도 즐겁고, 관람객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인간의 생각은 한결 다양해진 듯 보이지만, 실상은 오히려 정형화되어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틀렸다며 배척하고, 사회적 조 리돌림으로 매장시키려 한다. 미래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어왔지만, 세상은 도리어 옛날로 회귀하려는 것 같다. 특히 우리 사회는 획일화를 강요하며 집단주의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정답이 정해진 사회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출제자가 만들어낸 정답이 아니면 틀 린 것으로 ‘X’가 그어지는 사회. 나와 생각이 같지 않더라도 이해하려 는 여유로움이 필요한 시대다. 지금의 페르난도 보테로가 존재할 수 있는 것 은, 그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인정하고 격려해준 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다양함을 인정하며 다 름을 추구하는 이에게 응원을 보내 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포용력 을 갖추었으면 한다. ‘뚠뚠이’ 세상 박윤숙 법무사(서울서부회) ·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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