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8월호

57 2026. 8. August Vol. 710 대 고령의 노인에게 남은 건 2016년 자갈치 시장에 서 ‘○○상회’를 운영하며 생긴 개인 사채와 부산신 용보증재단의 채무뿐이었다. 앞서 2016년 첫 신청 당시,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관재인 면담 후 서류 보완 요청을 받고 대리인 측에 도움을 청했으나 “알아서 하겠다”는 무책임한 답변 만 들었을 뿐, 사건은 계속 방치되었다. 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무자는 면책 불허가 (폐지) 결정이 내려진 사실조차 송달받지 못해 결정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대리인 사무소의 무성 의함과 불성실함이 힘없는 서민에게 또 다른 정신적 파탄을 안겨준 셈이다. 이미 이전 사건의 즉시항고 기간이 한참 지났기에 방법은 정공법뿐이었다. 법이 말하는 ‘성실하나 불 운한 채무자’의 갱생을 도모하기 위해, 나는 서 여사 의 두 번째 파산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무더운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부채증명서를 발급 받기 시작했다. 서 여사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 도 덜어주고자 자료 제출 목록 중 본인이 발급할 수 있는 서류는 직접 발급하게 유도했고, 무상거주확인 서 등 일반 서류를 작성하여 2021.8.19. 마침내 신청 서를 접수했다. 조합의 연락처는 인터넷을 뒤져 찾아냈다. 큰 기 대 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여 직원에게서 돌아온 답은 뻔한 거절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년 이전 어패류처리조합장 부 인, ○○번 언니(○○상회)의 성함 및 주소를 알려 주시기 바란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무지했 던 내용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후 부산 자갈치시장 어패류처리조합을 찾아 사 실조회 신청 및 자료 송부 청구서를 내용증명(배달 증명)으로 보내고, 수시로 조합에 전화하여 상회 명 의로 된 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 나섰다. 혹시나 하 는 마음에 부산에 사는 친구들에게 직접 자갈치시장 상회를 찾아가 봐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채권자와의 통화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서 여사를 대신해, 나는 조합 여직원에게 부탁해 채권자들이 내게 먼저 연락을 하도록 조치했다. 처음엔 채무자 를 동생처럼 생각한다며 여유 있게 전화번호를 물 어오던 채권자였지만, 내가 직접 응대하겠다고 나 서는 순간 태도가 돌변해 온갖 욕과 험한 말을 쏟아 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고 험한 말을 들어가며 채 권자들에게 현재 채무자의 처지를 끈질기게 설명하 며 설득했고, 채권자들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꼬박 두 달이 걸려 마침내 최종 채 권자 목록을 정리해 제출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무려 6번의 보정 절차를 거쳤다. 그 리고 7번째 보정에서는 “과거 면책 불허가(폐지) 결 정을 받았음에도 다시 신청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받기도 했다. 나의 사건 수임기 현장활용 실무지식 조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구지방법원에 접 수되었다가 강릉지원으로 이송된 사건이었는데, 2017년 9월 채권자집회 기일 이후 법원에서 수차례 보정명령과 추납 통지서를 대리인에게 송달했으나, 송달받은 사람은 변호사가 아닌 ‘동거인 고모부’, ‘배 우자’, ‘조카’ 등이었다. 결국 2021년 3월 31일 자 로 파산 절차가 폐지(종료) 결정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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