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법무사 8월호

16 개인회생은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채무자가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으로 일 정 기간(36~60개월) 매달 빚을 갚아 재기하도록 돕 는 제도다. 이때 아주 중요한 원칙이 ‘청산가치 보장 원칙’ 인데, 매달 갚는 총 변제금의 가치가 채무자가 현재 가진 재산보다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 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파산 절차를 통해 채무자의 재산을 즉시 매각해 나눠 갖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 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열심히 변제하던 중 도저히 감 당할 수 없는 불행으로 변제가 어려울 때를 대비해 우리 법은 ‘특별면책’이라는 비상구를 열어두고 있 다. 특별면책의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는 비자발적인 사유. 즉, 사고나 중증의 질 병, 비자발적 실직 등 채무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변제를 완료하지 못했을 때다. 둘째는 청산가치 보 장으로, 이미 납부한 변제금 총액이 채무자의 재산 (청산가치)보다 많을 때, 그리고 셋째는 변제계획 변경이 불가능할 때인데, 채무자의 현재 상황상 변 제계획을 수정해서 계속 갚아 나갈 능력이 되지 않 는 때를 말한다. 남편 B의 상황은 이 세 가지 요건들에 모두 부합 했다. 심부전으로 의식불명이 된 것은 채무자의 책 임 없는 사유임이 명백했고, 이미 납부한 변제금 총 액이 B의 재산 평가액(26,708,121원)보다 컸으며, 현재 건강 상태로 보아 변제금을 낮춰 연장하더라 도 도저히 갚을 처지가 아니었다. 필자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남편분의 특별면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 다. 현재 의식불명 상태를 증명할 진단서를 발급받 아 오시면 곧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런데 A의 변제계획안을 무심코 들여다보던 필 자는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의뢰인님은 남편분과 달리 변제 기간이 60개 월이네요?” “네, 맞습니다.” A는 총 60회차 중 37회차를 납부한 상태였다. 변제 예정액 26,700,525원 중 16,465,185원을 납부 했고, 재산(청산가치)은 14,915,543원으로, 청산가 치 보장 원칙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하고 있었다. “A님은 조건이 매우 간당간당한 상황이네요. 그 런데 혼자서라도 치킨집을 운영하실 수는 없었나 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배달 대행을 쓰면 채무를 계속 변제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회생을 시작했을 때 저는 다른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고, 치킨집은 남편 혼자 운영했어요. 그러다 남 편의 심부전 증세가 악화되어 가게 문을 닫아야 했 고, 저도 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 니다.” “그래도 생계는 유지해야 하셨을 텐데, 소득이 아예 없으신가요?” “지금은 시아주버님이 아주 조금씩 생활비를 도 와주고 있어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배우자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 만, 처한 사정을 최대한 재판부에 상세히 소명하는 방향으로 준비해 보겠습니다.” 필자는 그렇게 그 까다롭고 드물다는 특별면책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다. 2024년 3월 초, A와 B에 대한 특별면책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자, 접수계 직원조차 “실무를 하면서 특별면책 신청서는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다. 특별면책 절차에서는 송달된 신청서에 대해 채 권자들에게 이의 여부를 묻는 ‘의견청취서’를 발송 한다. 여기에 약 3개월이 소요되었고, 이후 다시 두 달간의 심사를 거쳐 마침내 8월 중순, 남편 B에게 특별면책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아내 A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 정이 없었다. 오히려 채권자 측에서 ‘개인회생 폐지 남편은 특별면책 결정, 의뢰인은 통지도 없이 기각?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