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제75권 제3호(통권 제777호) 연구논문 - 10 - 누적 통계를 보면, 성년후견이 49,649건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한정후견 (6,207)과 특정후견(6,460건),7) 그리고 자기결정권 존중의 핵심 제도로 평가받는 임의후견 은 단 144건에 그치고 있다. 이는 최소 제한 원칙과 자기결정권 보장을 지향하는 제도가 실제로는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성년후견제도가 종래 금치산·한 정치산제도의 구조를 상당 부분 답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8) 이로 인해 성년후견제도는 ‘지 원’보다는 ‘권한 박탈’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제도 이용 저조의 주요 원인으로 작 용하고 있다.9)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제도 운영상의 한계를 넘어, 국제인권기준과의 긴장 관 계를 드러낸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12조는 장애를 이유로 한 법적 능력의 박탈 이나 대리결정(substituted decision-making)에 의존하는 제도를 비판하고, 장애인이 자 신의 가치와 선호에 따라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의사결정지원(supported decision-making) 체계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성년후견 및 한정후견 제도는 여전히 행위능력 제한과 대리결정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구조적으로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굳이 법원의 심판을 통한 후견에 이르기 전에 필요최소 개입의 원칙에 따라 지원하는 체제를 법제화하는 등 본인의 의사에 기반한 다양한 후견 대 체 수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지인 등 지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의사결 정지원을 할 수 있다면, 본인의 의사에 근거하지 않는 대리결정이나 법정후견이 개입할 필 요는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후견제도가 장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의 탁상공론에서 설계 되어 실제 장애인들이나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7) 그나마 특정후견이 6,000건이 넘는 이유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하여 정부가 후견심판 청구나 공공후견인 활동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 공공후견 지원사업이 특정후견에 한정 하여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8) 박인환, 앞의 논문, 726면. 9) 참고로 고령자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고령자로서 판단능력이 저하된 경우 자신의 재산 관리나 학대로부터 보호 등을 해줄 사람(예컨대 후견인 등)”을 둘 때, ‘비용을 조금라도 지급한다면 후견 인을 둘 의사가 없다’(40.3%)와 ‘10만원 이하에서만 둘 의사가 있다’(24.8%)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음 을 보여주고 있다(윤태영·강주영, “성년후견과 후견신탁의 조화 및 신탁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 과제”, 법 조(제72권 제1호), (2023), 75~76면 참조). 10) 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General Comment No. 1 (2014), Article 12: Equal recognition before the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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