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제75권 제3호(통권 제777호) 연구논문 - 144 - 민법은 위와 같은 사적자치(계약자유)의 한계를 두는 하나의 규정으로 민법 제103조를 마련하였다. 민법 제103조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내지 기타 사회질서(공서양 속)48)를 위반하는 경우, 당해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다. 즉 민법은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 법률행위가 사회의 일반적 질서를 위반하면 그 효력을 부정 한다.49) 민법이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를 무효화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한계를 제시하는 것 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의 근본 가치(실질적 평등이나 약자 보호 등)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사법(私法)에서 저지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50) 실무에서 민법 제103조는 법률행위 무효에 관한 일반조항으로 기능하고 그 요건인 공서양속의 개념이 불확정적이므로 개별 사건에서 재판절차를 통해 그 내용이 구체화된다.51) 판례는 인륜에 반하거나52) 정의관념에 반하는 행위53)를 반사회질서적 행위로 보았다. 계약자유의 원칙과 민법 제103조는 원칙과 예외의 관계이다. 민법이 명문으로 계약자유 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민법 제103조나 제104조 등 여러 조항이 계약자유의 원 칙을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54) 법률행위가 사회질서에 부합하여 유효한 것이 아니라 법률행위 그 자체로 유효하고, 그 행위가 반사회적이어서 무효라는 점은 무효를 주장하는 자가 증명책임을 부담해야 하므로 법률행위의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자기결정이라는 견해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55) 이러한 관계를 계약법의 자율 패러다임과 후견 패러다임의 상호작 용으로 보는 입장에 따르면, 자율 패러다임이 계약법상 기본 패러다임으로서 당사자의 의사 가 우선시되고 후견 패러다임은 자율 패러다임을 보완하여 개인의 자율을 제한하는 역할을 48) 다수의 견해는 선량한 풍속은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관념을, 사회질서는 국가나 사회의 공공질서 내지 일반이익으로 파악한다. 이에 관하여는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민법총칙(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456면(이동진 집필 부분). 49) 곽윤직⋅김재형, 앞의 책, 281면. 50) 김상용, 앞의 책, 419면. 51) 김자영⋅백경희, 앞의 논문, 91면. 52) 대법원 1955. 7. 14. 선고 4288민상156 판결; 대법원 1963. 11. 7. 선고 63다587 판결; 대법원 196 7. 10. 6. 선고 67다1134 판결 등. 주로 첩 계약이나 배우자의 사망이나 이혼 시에 혼인하기로 하는 혼인예약, 혼인예약 후 동거 거부 시 금전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53) 대법원 1956. 1. 26. 선고 4288민상96 판결; 밀수입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소비대차 또는 이를 목 적으로 한 출자행위; 대법원 1971. 10. 11. 선고 71다1645 판결.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항에 대하 여 특별한 청탁을 하고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 대법원 1970. 10. 23. 선고 70다2038 판결. 부동산 이중매매 시 제2매수인이 적극 가담한 경우. 54) 권영준, “계약법의 사상적 기초와 시사점 –자율과 후견의 관점에서-”, 저스티스(제124호), 한국법학원(20 11. 6.), 172면. 55) 김용덕 편집대표, 앞의 책, 44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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