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2026년 6월호

형사사법에서 갈등 관리에 관한 법사회학적 고찰 - 313 - 다는 점에서는 갈등 관리 관점과 맥을 같이 하지만, 형사사법의 성격과 고유성에 관해서는 시각을 달리한다. 특히, 갈등 관리 관점은 회복적 정의에서는 주목하지 않은 갈등의 속성 자체에 기반하여 갈등 관리의 필요성과 방향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그 독자성이 인정된다. 위와 같은 갈등 관리 관점과 회복적 정의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전제로, 이하에서는 전통 적 형사사법과 회복적 정의의 관계에 관한 논의85) 중 갈등 관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내용 을 참고해 형사사법의 목적과 본질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의 지향점과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형사사법과 갈등 관리 관점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3) 형사사법의 목적과 갈등 관리 관점의 관계 (가) 갈등 관리 관점의 독자적 기능 먼저, 갈등 관리의 관점은 갈등과 범죄의 차이 및 그 독자성을 인정한다. 형사사법의 본 래 목적과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실적으로 형사사법이 갈등을 적절히 다루지 못해 생 기는 부작용을 극복하는 보완적 기능을 한다. ‘회복적 정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워드 제 어(Howard Zehr)도, 형사사법과 갈등 해결은 서로 다른 목적과 성격을 지니므로 이를 통 합하기보다 별개의 시스템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보았다.86) 다만, 형사사법과 갈등 해결 시 스템의 완전한 분리는 갈등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거나 범죄와 무관한 경우에는 유효하고 가능하지만, 갈등이 범죄와 관련된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 한다. 범죄로 이어진 갈등은 더 이상 순수하게 갈등의 성격만 갖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성격도 띠기 때문에, 갈등 해결 메 커니즘 외에도 범죄에 대한 대응을 본질로 하는 형사사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 벌폐지론처럼 범죄의 대응도 국가가 아닌 공동체가 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 이상, 갈등 해결 과정이 형사사법체계 안에 부분적으로나마 통합되는 것은 불가피하다.87) 따라서 형사사법 을 인정하되 갈등 관리의 관점을 통해 보완적 기능을 할 수 있으며, 반면에 사적인 생활영역에서는 개 인이나 공동체가 자율적·주체적으로 갈등을 관리하도록 국가는 필요한 환경과 시스템을 지원하는 역할 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85) 회복적 정의의 도입에 관한 국내 초기 논의는 양자의 관계 설정에 집중되었다(예컨대, 김용세, 앞의 글; 이호중, 앞의 글(2007) 등). 회복적 사법의 대표적 예로 꼽히는 형사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진행된 논의로는 김성돈, 앞의 글; 김혜경, 앞의 글; 이용식, 앞의 글; 이진국, 앞의 글(2014) 등 참조. 86) 형사사법체계는 피해의 회복이 아닌 범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체계이므로, 갈등 해결 과정이 형사사 법체계 내부로 통합된다면 체계의 효율성이라는 자족적 기능에 종속하는 결과를 가져와 그 진정한 목적 을 왜곡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Howard Zehr, op. cit., pp.232~236. 87) 이호중, 앞의 글(2000), 435면은 형법의 보충성원칙상 회복적 사법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는 일부 주 장에 대해, 보충성원칙은 형법적 해결 수단의 개입 여부를 사전적으로 설정할 때의 원칙이지 이미 형법 적 개입이 예정된 문제의 해결 절차에 적용되는 원칙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마찬가지로, 갈등이 범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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