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2026년 6월호

형사사법에서 갈등 관리에 관한 법사회학적 고찰 - 327 - 형사사법과 같이 범죄 대응 등의 독립된 목적에 따른 국가의 개입을 제외하고는, 갈등 자 체에 관한 국가의 일반적인 개입은 지양하여야 하고,143)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적 갈등 관 리 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범위에서 국가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각자가 스스로 갈등을 관리할 역량을 갖추고, 이를 기반으로 타인 과 상호작용하면서 공동체 전체의 자율적 갈등 관리 역량이 함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는, 국가는 당사자가 참여자이자 갈등 해결책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 고,144) 시스템의 지원 속에서 개개인이 갈등 관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조향’ 방식의 설계 가 유용할 것이다. 오늘날 개인과 집단 차원의 다양한 욕구가 표출되면서 사회 각 부문에서 갈등이 확대된 만큼, 전문적 갈등 해결 절차의 개발 등 실질적인 갈등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145) 그 럼에도, 현재 한국 사회에는 구성원들의 갈등 해결을 상시 지원하는 전문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등 일부 특수한 분야에서 행정형 분쟁해결 기구가 운영되나, 이는 실제로 당사자와 소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분쟁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회의체로서 자율적 갈등 전담기구로 볼 수 없다.146) 따라서 갈등 자체를 연 구·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시민들의 갈등 해결을 일상적으로 지원하며, 그 과정을 통해 개개인의 갈등 관리 역량을 키우고 공동체의 갈등 관리 교육까지 전담하는 종합적인 갈등 관리 전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147) 갈등 해결을 지원하는 전담 기구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자율적 소통보다는 형사고소로 문 제를 해결하려는 문화에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 갈등 관리 관점을 적용하기에 부적합한 사 건은 형사절차에서 다루고, 반면에 본질적으로 관계의 회복과 갈등의 근원적 해소가 핵심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담 기구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때 전담 기구는 형사사건으로 발전하기 전 갈등의 해소 및 관리, 갈등 이후의 관계 회복 및 재발 최소화 지원, 갈등에 대 한 인식 교육 등의 폭넓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원화 구조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143) 특히 갈등은 기존 규범이나 역학 속에서 억압되거나 인지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환기하기 도 한다는 점에서, 갈등에 대한 국가의 억지적 개입은 사회통제의 성격을 띨 위험이 있다. 144) Nils Christie(2007), p.98. 145) 같은 취지로, 서문기, 앞의 글, 215~216면. 146) 장원경, “행정형 분쟁해결기구의 분쟁해결절차에 관한 연구”, 법학논총(제40권 제2호), 전남대학교 법 학연구소(2020), 199면. 147) 서문기, 앞의 글, 216면에서도,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려면 갈등관리지원센터와 같은 전담 기구를 설 치해 경험적·분석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체계화하고, 교육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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